아들이 두 번째 휴가, 자대 배치 받고 처음으로 휴가를 나왔답니다.
아니 5박6일을 잘 쉬고 오늘 들어가는 날이군요. 아들은 부대로 복귀하는 날이 언제인가를 알 수 있게 어떤 징조를 보이는데 복귀 하루 전날부터 영 얼굴이 시무룩해지는 겁니다. 도살장에 들어가는 소 표정이 그럴 테지요. 불쌍해 보입니다.
예전 외고 다닐 적의 금요일 저녁에 집에 왔다가 기숙사 들어가는 일요일 저녁의 그 표정과 동일합니다. 그때는 하도 짜증이 나서 그렇게 들어가기 싫으면 학교를 관두던지 전학을 해라! 하고 나무라기도 했지만 지금은 군인이니 군대를 관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라 속이 더 상합니다. 좀 더 대범하게 씩씩하게 군 생활을 해줬으면 싶지만 참 안타깝습니다. 뭐 저도 예전에 그랬을 테지요. 지나고 나면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있겠지만 당장 현재가 힘든 게 문젭니다. 소심하기도 하고 여리기도 하고. 피는 못 속인다더니......
몸은 힘들지 않은데 2인 1조로 들어가는 기지에서의 근무가 참 힘든 모양입니다. 근무조 8명 중에 5명이 곧 제대할 병장들이라 막내인 아들에게 업무 전수를 혹독하게 하는 모양인데 몸으로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말로 스트레스를 주는 모양입니다. 평소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쌍욕을 나란히 앉아서 퍼붓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날마다 6시간을 근무를 하는데 뭐 비행기를 통제하는 일이라 레이더 모니터를 주시해서 각국의 비행기를 식별하고 무전 받고 전화 받는 일이라지만 그게 다 군용어들이고 영어들이고 상태가 고르지 않은 통화음을 놓치지 않아야 되는, 배치 받은 지 이제 3주째인데 완벽을 요구하니 미칠 지경이라는 겁니다. 쌍욕을 해대는 고참들도 다 지금의 너 같은 졸병 시절을 겪었을 거다. 편하게 생각하라고 하지만 그게 위로가 될 턱이 없지요. 한숨을 폭폭 내뿜으니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마누라는 속이 숯검댕이가 되는 모양입니다.
차라리 시험을 좀 못 쳐서 그냥 공항에 새를 쫓는다든지 활주로에 돌맹이 줍는 보직을 받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는 니 몫이라고 잘 견뎌내야 된다고 저녁에 닭갈비 먹으면서 구구절절 이야기를 했지만 그게 뭔 도움이 되겠습니까? 힘 있고 권력 가진 사람들은 본인은 물론 자식들까지 군대를 안 보내는 더럽고 아니꼬운 세태지만은 ‘우리집안엔 스타 하나 없나요?’ 하는 아들의 말이 참 아프게 가슴에 와 닿습니다. 에이, 빌어먹을.
하필 귀대하는 오늘, 비도 처량하게 내립니다. 우산을 쓰고 가라는 저거 엄마 말에 군인이 우산 쓰는 거 봤냐는? 그게 왜 안 되느냐? 는 여자의 말이 더 아침을 우울하게 합니다. 잠이 안와서 새벽에 거실 소파에 누워 있었다는 아들을 보니 더 마음이 짠합니다.
휴가를 나와도 걱정, 안 나와도 걱정, 전화가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 자식이 애물단지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전화도 휴가도 잘 없던 우리 군대 시절의 부모님들이 차라리 맘이 편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언제 통일이 되고 군대를 서로 가려고 빽을 동원하는 그런 날이 오려는지? 하긴 그런 날이 온다 하더라도 그런 복이 우리 같은 서민한테 주어질 가능성도 별로 없지만서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