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 필요하신 분은 살짜기
아들이 휴가를 나오기 전에 전화를 해서 더 구해놓으라는 피부 연고 사진입니다. 하나는 로션이고요. 군대를 가서도 여전히, 변함없이 그놈의 여드름에 시달리고 있었지요. 라면도 못 먹어요, 술은 근처에도 못가고요, 고기를 먹어도 비계는 생각도 못해요, 참 불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근데 후임 중에 여드름으로 무지 고생한 사병이 있었나본데 그 친구가 동병상련의 정신을 살려 아주 조심스레 이 연고를 추천해 주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귀대를 하는 길에 어렵게 하나 구해서 가져갔는데 의외로 효과가 엄청 있더라는 거지요.
근데 문제는 이 연고가 잘 없다! 라는 겁니다. 제가 사는 동네가 그래도 인구가 50만이 훨 넘는 좀 괜찮은 신도시인데도 촌구석이라 그런지 듣도 보도 못한 연고라고 하는 약사가 있는가 하면 아예 취급 안한다고 면상에 한일자를 긋는 인간도 있고 뭐 그렇더군요.
그래서 약국 몇 군데를 돌다 하는 수 없이 인터넷을 뒤졌는데 온라인에도 구할 데가 없었습니다. 이게 프랑스에서 만든 제품으로 수입이 잘 안 된다는 이야기더군요. 넨장 요즘 세상에 돈 주고도 못사는 그런 약도 있나요?
답답한 놈이 샘을 판다고 이걸 어디서 구하나 한참 궁리를 하다가 내 평생에 아는 약사가 한 명 정도 없었나 싶어 짱구를 돌려보니 문득 과거에 인연이 좀 있었던 수필 쓰는 약사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더니 한참 자판을 두드려대다가 어디어디 약국을 한번 가봐라 하는 겁니다.
자식이 뭔지? 이 더운 오뉴월에 팥죽 같은 땀을 흘리면서 물어물어 그 약국을 찾아갔는데 어라, 약국 꼴을 보니 가게가 주먹만 한 게 도저히 연고가 있을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그래도 예까지 왔는데 싶어서 문을 밀고 들어가서 주문한 연고를 말했더니 한 번 더 쳐다보더군요.
마침 수입처에 3개가 남아 있는 걸 사정사정해서 다 받아왔다고 하길래, 도대체 이 연고가 뭣이라고 그리 구하기가 힘드냐고 물었더니 찾는 사람이 그리 흔하지도 않지만 여드름에 큰 효과를 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럼 그렇게 여드름에 효과가 있는 이 연고를 왜 병원에서는 처방을 안 해주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약사가 빙그레 웃으면서, 그럼 병원 피부과는 뭘 먹고 살라고요? 하더라고요. 망할놈들이 지들 먹고살 궁리만 하는 건지!
좌우지간 그 연고를 거금을 주고 세 개나 사다놓고 휴가 나올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면상이 거의 말끔해진 아들놈이 현관에서 구두를 벗기도 전에, “엄마! 나 요즘 하루에 라면 두 개씩 먹어도 여드름 안 나!“ 하는 겁니다.
그놈의 연고가 뭐라고? 한 개에 2만원 하는 그 프랑스제 연고를 몰라서 돈은 돈대로 고생은 고생대로 온 식구가 그렇게 애를 먹었든가 싶은 게, 그렇게 잘한다는 서울이고 동네고 피부과 무슨무슨 병원에 치료 받으러 다닌다고 고생한 거 생각하면....에이....C...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그렇게 온갖 치료를 해도 안 좋아지던 여드름이 그 연고 하나에 더 나지도 않고 치료로 인한 얼굴의 붉은 기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무엇보다 먹고 싶은 것을 맘대로 먹을 수 있게 된 겁니다. 큰 짐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굶다가 배부르면 옛날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눈을 끔뻑끔뻑하던 마누라가 갑자기, 여드름 치료비가 한 학기 등록금쯤 들어갔지? 하더군요. 아아아아아.....그놈의 정보가 없는 탓에 한 학기 등록금이 날아간 겁니다. 그 돈으로 한우를 사먹었으면 송아지가 몇 마리...짜장면으로 치면 꼽배기로 몇 그릇, 과일로 치면 수박이 몇 통......아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