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이 있어서 좀 늦게 퇴근을 했는데, 아들이 목 빠지게 저거 아버지를 기다리다 학원을 갔다고 합니다. 뭣 때문에 그리 기다린 거냐고 물어봤더니, 아빠는 왜 빨리 와서 이것을 확인 안 하는 거냐고 무척 실망을 하더라는 겁니다.ㅎㅎㅎ.
3명을 뽑아 거금 5,000원의 상금을 주는 교내 논술대회가 열렸는데 논술을 좀 잘 해서 해피머니 5,000원의 상품권을 받은 모양입니다. 읽어 보니 알을 낳기 위해 폭포를 타고 오르는 연어들의 이야기인데 등이 굽어 헤엄을 잘 치지 못하는 연어를 다른 연어들이 두고 가자, 데리고 가자 하는, 뭐 요즘 왕따 내용인 것 같은데
아들의 글 요지는 처음에는 등이 굽은 연어를 데리고 같이 가자하던 연어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버리고 가자는 연어들의 뜻에 동조해 가는 현상을 비판한 내용이었습니다. 근래에 들어 통 독서를 안 하기에 좀 꾸중을 했었는데 딴에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10시쯤에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잘했어!”하고 칭찬을 해줬더니 입이 헤벌쭉 벌어지면서 하는 말이, “봤지요! 나도 돈 번다고요! 2학년 때는 3만원 벌었고!” 하는 겁니다. 하도 방마다 불을 켜놓고 돌아다니고 컴퓨터를 켜놓고 다른 짓을 하고 있는 일이 잦아서 “너거 아버지 월급에서 돈이 줄줄 샌다! 니가 어디 100원이나 벌어 봤냐!” 하고 뭐라고 했던 게 맺혔나 봅니다.
그러면서 이 상품권은 가보로 남긴다나 어쩐다나, 어쨌든 축하한다고, 아빠가 블로그에 대문짝만하게 올려서 자랑도 하고 주말에 고기 먹어러 가자고 했더니 입이 찢어집니다. 그깟 5천 원짜리 상품권 하나 받아온 걸 축하한다고 애비 주머니에서는 몇 만원이 날아갈 판입니다. 참, 자식이 뭔지? 이렇게 해서 또 하루 집안에 즐거움이 만발하는 날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