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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야그

아이들의 선물

★진달래★ 2013. 5. 21. 07:04

가 ---------------- 방

 

 

 

지난 13일 말년 휴가를 나온 아들이 라식 수술을 해야겠다고 말하더군요. 안경이 참 불편했다는데 여태껏 여드름과 싸우느라 눈을 걱정할 여유가 없다가 이제 좀 살만하니 안경이 귀찮은 가 봅니다. 마침 직장과 협의관계를 맺은 안과가 있어서 예약을 하는데 라식수술비도 만만치 않더군요.

 

일단 환자의 눈 상태를 봐야한다며 정확한 수술비는 말해주지 않는데 퇴근해 갔더니 아들이 제 통장에 2백만 원이 넘게 있다고 알아서 한답니다. 군에 있었던 애가 무슨 돈이 그렇게 있냐고 물었더니 라식하고 레이져로 여드름 자국 지우려고 군바리월급을 모았다고 하더군요. 내 자식이지만 좀 독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돈은 복학하거든 옷도 사고 용돈으로 쓰라고 했더니 그럴까 하더군요.

 

검사시간이 아침 10시로 잡혀있어서 마누라가 애를 데리고 서면백화점 건물에 있는 안과병원으로 가고 나는 출근을 했는데 11시 반에 수술한다는 전화가 오고는 3시가 넘도록 전화도 안 받고 연락도 없고 그렇더군요.

 

그럴리야 없겠지만 수술하다 무슨 일이 생겼나? 왜 전화를 안 받아? 일하면서 자꾸 불안한 생각이 드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수술을 마치고 한 시간이나 회복실에 누워 있는 와중에 마누라는 수술하러 온 다른 환자 엄마들과 수다를 떠느라 나한테 전화할 생각을 깜빡했다는 겁니다. 여자들이란.....정말.

 

오후 4시쯤 통화가 됐는데 어디냐고 물으니 백화점에 가방 사러 와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가방은 무슨 가방이냐고 물었더니 수술비도 아버지가 냈으니 지나간 어버이날 선물로 아들이 엄마 가방을 하나 사주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그 고생하며 번 군바리의 피 같은 돈으로 명품 가방을 하나 사준다니 가슴이 찡해 오는데 아들이 가방 사준다고 좋아하는 마누라는 정신이 있나? 없나? 싶습니다.

 

어쨌든 저녁에 집에 가서 사온 가방을 구경하는데, 샤넬가방은 300이나 달라고 해서 그 보다 싼 에스콰이어인가 뭔가를 골랐다고 하는데 좌우지간 분수에 넘는 가격을 치른 거 같아서, 이 여자가 생각이 있나? 없나? 고 뭐라 해도 마냥 좋아죽겠다는 표정이더이다.

 

명품이고 뭐고 간에 가방 안에 돈이나 한 뭉탱이 넣어가지고 다닌다면 모를까? 가방만 좋으면 뭐하겠는지요? 허영심이라고 했더니, 아들이 당신 선물은 안 사줘서 그러지? 하더군요.

 

 

상 -------------- 장

 

 

 

저녁 11시쯤에는 학원에서 돌아온 작은 아들이 뒷머리를 긁으면서 뭘 하나 쑥 내미는데 지난 어버이날 부모님 선물이라고 약속을 했던 상장이더군요. 교내에서 친구들 간에 우정이 좋고 학교생활에 모범이 되는 학생에게 주는 상이라고 교우관계가 좋은 모양입니다.

 

같은 학년의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했다고 하는데 성적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에게 남는 것은 인맥이니 나중 사회생활에도 큰 보탬이 되겠지요.

 

학교성적이 큰애만 못한 작은 놈에게 늘 마음이 짠해하는 마누라인데 어제는 진정으로 칭찬을 해주더군요. 안 되는 걸 억지로 다잡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서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자고 합의를 하고 있던 중인데, 가방도 생기고 작은 아들이 상장까지 들고 와 어제는 완전 마누라 생일날이었습니다.

 

근데 선물도 하나 없고 수술비만 내야 되는 내게 마누라는 토요일 외식하게 좋은 식당 알아보라고 그럽니다. 기분 좋은 사람이 알아서 하지 뭐한다고 내게 시키는지 모를 일입니다. 왜! 맨날 애비만 호구가 되는 겁니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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