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는 사람들끼리의 여행

공감투어

지난 수요일부터 김해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문화매개인력양성 워크샵에 참가했었습니다. 서울, 춘천, 대구 등의 문화예술현장을 답사하는 ‘공감투어‘ 라는 기획안이었지요. 한마디로 참 좋은 프로그램이더군요.

 

20대에서 50대가 부담스럽지 않게 어우러지는 문화 예술인들의 여행 2박3일로 참으로 배우는 게 많았습니다. 특히나 일정 동안 별 말도 없이 조용조용하던 친구가 춘천 ‘상상마당’에 들어서자 피아노에 앉아 재즈곡을 능숙하게 연주할 때의 그 놀라움이나 기획안 발표에서 20대의 당당한 자기주장을 들을 때에는 옛날 저 나이 때에 나는 저 정도로 똑똑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수선작업장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마포구 ‘청년허브’ 센터입니다. 20대 구직자들이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일정한 운영비와 사무실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팀을 꾸려 구직과 창업을 위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더군요. 예전 질병치료센터였다고 하는데 그 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해가면서 빈 건물의 용도를 연구하던 중 오랜 타협과 설득으로 청년실업자들을 위해 장소를 제공하게 된 것이랍니다. 청년들이 좋은 연구 결과로 일자리를 얻어 나가기를 기원했지요.

 

 

마포구에 소재하는 ‘늘장(늘 열리는 장)’이라는 빌딩사막 안의 오아시스이자 생활놀이장터를 방문했습니다. 마을이자 공원이고 장터이면서 전시관, 놀이터였습니다. 빌딩숲속에서 작은 시골마을을 보는 듯한 900여 평의 부지에 만원이면 충분히 하루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더군요.

 

철로가 지나가던 폐선 부지를 뜻있는 사람들이 대기업의 개발의도를 저지하고 마을의 공동체인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장터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과연 얼마 동안이나 자본의 침투를 막을 수 있을 것인지? 2미터 코앞까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식사에서 부터 영화, 독서, 농촌 체험, 선물 구입 등이 다 해결되도록 오밀조밀하게 사회적기업으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곧 돈 많은 대기업에서 부지를 개발하려고 덤벼들지 싶었습니다.

 

 

직접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장소, 주방기구를 대여하는 곳에서 직접 만들어 본 피자

 

화분에는 시장내 모든 점포의 간판명을 써놨더군요

춘천시 효자동의 ‘낭만시장’입니다. 일제 강점기부터 존재한 역사 깊은 전통시장인데 최근 들어 시장을 찾는 인구가 급속하게 감소하여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2층의 점포는 모두 비어서 창문을 막아놓고 있었는데 이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청년사회적기업의 노력이 눈물겹더이다.

 

벽화도 그리고 조형물도 설치하고 생활상의 여러 모임장소를 무료로 대여해서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보려고 애를 쓰는데 대형마트와 기업의 마케팅에 밀려 점점 사양화 되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시의 전통시장들도 이런 현상에 미리 대비하여 자생력을 확보하고 자구력을 높이는데 더 노력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되더군요.

 

 

대구 근대로의 골목투어 시작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예술인들의 미도다방

저항시인 이상화 고택

 

이상화 시비

대구시의 근대로의 여행 ‘골목투어’ 입니다. 역사가 오래되고 낡은 것들이 문화가 되고 돈이 된다는 교훈을 주더군요. 1910년대 정말 못 살고 어려울 당시에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왔던 선교사들의 집과 생활상, 로마네스크 양식의 계산 성당,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의 시인 이상화 고택, 임진왜란 때 파병을 온 명나라 장군 ‘두사충’ 이 귀화하여 뽕나무를 심었던 뽕나무 골목, 약령시로 유명한 약전골목, 진골목 등을 둘러보았지요.

 

그런데 대구 근대로의 골목에서도 우리 김해시의 자랑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소설 ‘마당깊은 집’ 저자 김원일 선생의 살았던 집이며 매주 수요일 사람들이 모여 노 전 대통령을 기린다는 봉하막걸리 주점 ‘바보주막’ 이 번성하고 있었습니다. ‘바람개비가 힘차게 돌아가는 날은 그분이 오신 날입니다’....라는 시가 마음을 찡하게 하더군요.

 

돌아오는 버스에서 곯아 떨어져 주말에는 잠만 잤지만 우연한 기회에 갖게 된 좋은 여행과 배움의 시간들이 큰 경험이 되지 싶습니다. 다음 기회에도 꼭 같이 가자는 투어 동기들의 문자가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