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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야그

내가 왜 이럴까?

★진달래★ 2015. 7. 11. 15:33

 

 

오늘 할 일은 대나무 돗자리 니스 칠하기입니다. 돗자리 사서 깐 지가 10여년이 넘어서 니스를 싹 칠해서 새것 기분 좀 내보자고 했었지요. 철물점에 가서 몇 통을 사야 요만한 돗자리를 다 칠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철물점 사장님도 도통 첫 경험이라 모르겠으니 남으면 물러줄 요량하고 넉넉히 두 통을 사라고 하더군요. 광이 나는 거하고 안 나는 게 있다기에 내 맘대로 샀다가는 또 무슨 지청구를 들을지 몰라 마누라에게 전화로 물었더니 무광으로 사라고 해서 그렇게 샀는데 칠하고 보니 무광은 좀 별로이더이다.

 

1,7000원씩 주고 두 통을 사가지고 돗자리 주변에 신문지 깔고, 선풍기 틀고, 비오는 날 니스칠 하다가는 질식해서 가는 수도 있다고 해서 구름이 왕창 꼈기에 베란다부터 창문은 다 열었답니다. 돗자리 싹싹 닦아서 니스칠 하는 동안 마누라는 냄새난다고 안방에서 코빼기도 안 보이더군요.

 

 

 

 

어쨌든 두 번을 칠하고도 니스가 반통이나 남아서 이걸 어디 칠하나?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궁리를 하다가 니스통 껍데기를 읽어보니 화장실 출입문에다 바르면 샤워할 때 물이 튕겨도 목재문이 피지를 않는다 해서 화장실 출입문 두 개를 열심히 발랐습니다. 근데 한 면을 다 바르기도 전에 마누라 쉬! 해야 된다고 해서 비켜줬더니 니스 냄새가 나서 쉬! 가 안 나온다나 뭐라나...옇던 간에....그래도 니스가 많이 남아서 궁리를 하다가 며칠 전에 마트에 가서 빽을 하다가 뒤쪽 벽에다, 쿵! 박아서 기스가 좀 난 게 생각이 나서 주차장으로 들고 가 뒷범퍼에다 니스를 발랐습니다.

 

아! 이건 치명적인 실수더군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바른 그 무광택 니스 덕분에 뒷범퍼하고 차 본체하고 완전 다른 차가 돼 버려서, 멍텅구리 같은 것이! .....얼마나 화딱지가 나든지....

 

좌우지간 철물점 사장님 말씀대로 3시간 후에 니스가 다 말라서 신문지 걷어내고 손으로 쓸어봤더니 맨들맨들하던 돗자리 감촉이 다 어디가고 그냥 꺼칠꺼칠한 것이 영 니스를 잘못 골랐다는 생각이 뒤통수를 때리는 겁니다. 아무래도 광택이 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찰라에 마누라 왈, 일주일 후에 광택나는 걸로 사다가 한 번 더 바르자! 하는 겁니다. 집에서나 사무실에서나 늘 말로 조지는 사람 있고 몸으로 떼우는 사람 있습니다.

 

 

 

니스칠을 마치고 냉면을 만들어 먹는데 이론, 갑자기 주방조명등이 퍽, 꺼지는 것입니다요. 오늘 무슨 날인가 봅니다. 안 그래도 질긴 냉면을 억지로 퍼넣고 주방의자를 깔아서 조명등 커버를 벗겨 보니, 아! 주방 가스렌지 위의 조명등 커버는 정말 눈 뜨고 못보겠더군요. 우리가 얼마나 산해진미를 거하게 해먹었다고 등 커버 위에 기름기가 찐득하게 묻어나는 것이....불은 둘째치고 그 기름기 닦아내느라 물휴지 한 통 다 썼네요.

 

어쨌든지 간에 형광등을 이리저리 뺐다 꼈다 해봐도 불이 안 들어와서 결국 또 그 철물점 사장님을 만나러 갔더니, 단골 됐네요! 하면서 안정기가 나간 거 같다기에 하나를 사다가 조립을 해보는데 이런, 불 잘 들어오는 하나와 새로 산 안정기는 양식도 틀리고 생긴 것도 영 딴판이라 도저히 조립이 안 되서 형광등을 완전히 떼어 차에다 싣고 철물점에 갔습니다. 토요일이라 망정이지 범퍼에 니스 떡칠한 차를 몰고 가자니 얼마나 화가 나는지...흐흐흐. 간김에 남은 니스 한 통도 무르고 사장님한테 형광등 조립하는 기술도 배우고...일거양득이라 해야 될지, 땀을 바가지로 쏟고 나서 불을 켜보니 환하긴하네요.

 

 

 

돌아오는 길에 차용품점을 찾아가서 광택스프레이도 한 통을 샀습니다. 이건 안 해도 될 짓을 해서 돈 버리고 차를 엉망으로 만들고, 정말 뭐 아끼려다가 똥된다더니.....비가 슬슬 내려서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광택스프레이를 쉭쉭 뿌렸는데, 참! 알고 보니 그런 작업은 절대 지하주차장에서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잘못하면 폭발한다고 하더군요. 주차하러 들어오던 고급 승용차가 왜 도로 나가나 싶었네요...ㅊㅊㅊ. 그 차주분께 정말 미안합니다요.

 

‘찬홈’이 대한민국을 방문한 주말 이틀 동안 쉬지도 못하고 정말 여러 일들을 겪었습니다. 안 해도 될 짓으로 돈 버리고 땀 빼고 욕먹고....아! 내가 왜 이럴까? 그래도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는 성공했으니 주방은 정말 환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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