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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야그

장모님.........

★진달래★ 2014. 12. 21. 15:43


장인어른 생전에 준비해 놓으신 땔감


열흘만 지나면 86이 되시는 장모님이 지금 요양병원에 계십니다. 처가 식구들이 모시고 살 형편이 못되니 자연 요양병원으로 가시게 된 것인데 처남들의 행태가 못마땅하기는 하나 내가 모실 형편도 안 되면서 이러니저러니 하기도 참 뭣합니다. 사위들 입장이야 시간나면 병문안을 가는 것인데 어쩌다 병원에 갈 때면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요양병원 한 병실에 20여명 가까운 노인들이 침대에 누워 있는데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의 종착점이 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정신이 없는 사람, 입도 다물지 못하는 사람, 수족을 못 쓰는 사람....한때 청춘을 구가하면서 펄펄 뛰던 사람들이 말입니다.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준비해간 음식을 다른 노인들에게 나눠주곤 했는데 어떤 간병인이 말하기를 음식을 드리지 말라고 하더군요. 전에 어떤 보호자가 나눠준 과자를 먹다가 목에 걸려서 난리가 났었다고 합니다. 음식을 씹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음식을 함부로 드리는 것도 안 되겠더군요.

 

병실이 갑갑해서 복도에 나갔다 들어오는데 마누라가, 왜 엄마는 내말을 안 듣고 그래놓고 지금 와서 딸들에게 그러는 거냐고 장모님을 나무라더군요. 생전에 장모님 앞으로 된 부동산을 처남에게 다 상속해 주지 말라고 그리 말렸는데 말을 안 듣더니 이제 와서 처남이 장모님을 잘 모시지 않는다는 그런 말일 겁니다.

 

키울 때 자식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집집마다 사정없는 집이 어디 있겠습니까? 장모님 옆 침대의 할머니께서는 명문대를 나온 아들이 큰 은행에 다니는데 손주들이 다 선생이라고 자랑을 늘어놓더군요. 듣고 있던 장모님은 입을 삐죽하시면서 그리 잘된 아들이 왜 열흘이 넘도록 한번 들다보지도 않느냐고? 아들에게 불만이신 장모님도 남의 아들 자랑은 듣기 싫었나 봅니다.

 

다른 노인이 장모님한테 말하기를 이집 딸들은 엄마한테 참 잘한다면서 어제도 딸이 왔다가더니 또 왔느냐고 합니다. 딸이 일곱이나 되니 어느딸이 왔다 갔는지도 잘 모를 테지요. 2시가 넘어 돌아오려니 장모님 또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당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걸 아시니 그러시겠지만 돌아올 때마다 마음이 참 착잡해집니다.

 

입원비가 월80만원인데 그걸 나눠서 부담하자는 형제가 있고 못한다는 형제가 있는데 반대하는 중의 대표가 마누라입니다. 처녀시절 마누라가 돈 잘 벌 때에 처남 대학공부를 책임졌다는 이유인데 부모님 재산을 다 가져간 놈이 아직도 손을 벌리는 거냐? 라는 아주 타당성 있는 주장입니다. 아무 말 안하는 저야 어쨌든 결과적으로 되게 고맙지요.

 

제 코가 석자 아닙니까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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