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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야그

죽은 시계와 할머니

★진달래★ 2015. 6. 13. 13:16

 

 

1. 점심시간?

 

한 10여년 사용한 시계가 엊그제 멈추었습니다. 밧데리가 없나 싶어서 두 번이나 교체를 해봤지만 끝내 일하기를 거부하더군요. 그래도 혹시나 싶어 오늘 아침에 뒷부분을 열어봤는데 서비스를 받을 제조회사 전화번호도 하나 없고 진짠지 가짠지 'made in germany'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사 올 때 선물로 받은 것인데 버리자니 좀 아깝고 고치자니 수리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큰 시계점에 문의를 해봤더니 자기 점포에서 산 물건이 아니면 받아주지 않는다더군요.

 

떼어내자니 오래 있던 자리라서 자국이 남고 그렇다고 시계가 많은데 또 하나 사자니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냥 장식용으로 걸어두자고 마누라와 합의를 했는데 안 가는 시계를 걸어두는 것도 좀 마뜩찮습니다. 게다가 나는 정지된 시간을 하루를 시작하는 9시로 맞춰 걸어두고 싶은데 마누라는 굳이 12시로 하잡니다. 결국 제가 졌습니다. 안 가는 죽은 시계는 늘 점심시간을 강조하며 우리를 살찌게 하고 있습니다.

 

2. 부자

 

어제 사무실에 70은 족히 넘어 보이는 행색이 아주 초라한 할머니 한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수도요금 고지서를 잃어버려서 독촉고지서를 재발급 받으러 오신 모양인데 마침 창구 직원이 자리를 비워서 제가 응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날씨도 더운데 전화를 하시지 직접 오셨냐고 편하게 앉으시라고 했더니 수도요금이 왜 이리 많이 나오느냐고? 거기다가 가산금을 물게 됐다고 짜증을 내시더군요. 고지서 다섯 장을 발급해 드리며 통계를 보니 2만원이 조금 더 되는데 주소가 각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요즘 경기도 그렇고 날씨도 덥고 살기가 힘드시지요? 그랬더니 참 살기 어렵다면서 공무원들이야 뭔 걱정이 있겠냐고 하십니다. 그래서 공무원도 밥은 먹고 살지만 애들 대학가기 시작하면 일 년에 대출 빚이 천만 원씩 쌓여 간다고 하니 그게 뭔 소리냐고 국가에서 대학등록금 다 대주지 않느냐 하면서 요금을 좀 깎아줄 수 없느냐고 묻습니다.

 

어르신은 기초수급자가 아니라서 수도요금 할인을 못 받으신다고 했더니 막 역정을 내시는데 바람대로 할인해 드리지 못해 좀 씁쓸했습니다, 왜 우리 국민 대다수는 공무원이 꿈도 꿔보지 못하는 대학학자금을 정부에서 대준다고 알고 있는지 참 궁금한 일입니다.

 

마침 그때 돌아온 창구직원이 할머니 뒷꼭지에 대고 인사를 하면서 저 할머니 집이 다섯 채인데 엄청 부자라고 합니다. 아, 매달 세받는 집을 다니시면서 수도요금 고지서를 모아서 요금을 대신 납부해 준다는데 고지서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가산금을 물게 되어 화가 나셨다는 겁니다.

 

음, 어제, 부자 되는 방법은 하나 알았습니다. 실천하기에는 좀 어려운 점이 많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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