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운동야그

통도사 가다

★진달래★ 2015. 10. 24. 17:50

 

 

통도사 가는 길목의 들판은 완전 황금빛이더군요. 부지런한 집은 이미 겨울철 소먹이로 볏집을 갈무리한 곳도 있었고요. 길치라 네비에 집중해서 갔는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역시나 올 때는 고속도로 출구를 놓쳐서 빙 돌아온 거만 빼고 즐거운 나들이였습니다. 잔소리야 노상 듣는 일이고요...ㅎㅎㅎ.

 

 

 

간절하면 기도하게 되나니 마누라도 마음이 쓰이는지 양산 통도사를 가자고 하더군요. 사람들이 끼리끼리 통도사로 들어가는 무풍한송로를 걷고 있었습니다. 소나무 사이사이의 춤추는 찬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오래된 사찰은 그 고유의 고풍스러움과 웅장함으로 역사를 짐작케 하더군요. 불교를 공부하는 외국승려들의 단체방문인지 한 줄로 늘어서서 경내를 둘러보는 낯선 피부색깔의 모습들이 신기했습니다.

 

작은 아들이 원하는 대학 1차에 무난히 합격을 하고 지지난주 면접까지 마쳤습니다. 이제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마음을 졸이고 있는 중이지요. 확실한 거는 아니면서도 예감은 좋은 것이 면접 마지막에, 뽑아주면 꼭 이 학교로 오겠느냐고 담당교수가 물어보더라는 그 말에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은 캠퍼스가 맘에 들더군요. 오래된 공원 같은 넓은 캠퍼스에서 아들이 미래를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찰의 중앙을 흐르는 넓은 계곡에는 노송들이 몸을 드리우고 있고 군데군데 봉헌한 이의 성명을 새긴 석등과 바위들이 있었는데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왜 그렇게 자기 이름을 바위에 새기고 싶어 했는지...? 뭐 그렇게 대단한 인물들이라고....ㅎㅎㅎ

1,300여 년 전에 건축됐다는 단청이 바래 고색이 창연한 대웅전에 들어가 소원을 빌고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금강계단에 올라가 한 바퀴 돌았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금강계단을 도는 선남선녀들이 어찌나 많던지? 마음을 비우라는 불교의 가르침이 또 어색해지는 순간이기도 했지요. 선물가게에 들러 팔찌를 하나 사고 도서관 계단에 앉아 김밥을 먹자니 천 년 전에도 우리 조상들 중 누군가 불공드리러 왔다가 여기에 앉아 음식을 먹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그 멀고 먼 인연이란 끈이 느껴지더이다.

 

불가에서는, 잠자리가 큰 바위에 앉을 때 스친 그 날개짓에 바위가 닳아 가루가 되는 긴 시간 동안 한번 찾아 올동말동하는 힘든 만남이 인연이라고 한다니 블로그 지인과의 인연도 정말 대단한 것이겠지요? 정말 소중한 인연이옵니다. 늘 건강하옵시고 가내에 두루 좋은 일 가득하시길 기원 드리옵니다.

 

 

 

 

 

 

 

'운동야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복숭아  (0) 2017.05.29
어린생명  (0) 2015.09.03
신어산 천진암을 가다  (0) 2015.03.14
忙中閑...............  (0) 2014.10.10
다시 찾은 '만어사'  (0) 2014.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