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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야그

개복숭아

★진달래★ 2017. 5. 29. 12:20

 

 

밤에는 술 퍼고 한낮까지 디비 자던 작은아들 놈도 군대 가고 없으니 집안이 적적한 것이 매일 눈만 서로 껌벅껌벅하고 지내기가 심심하던 차에 간만에 등산을 한번 가기로 했더니 마누라가 일찍 일어나 김밥이랑 과일까지 준비해뒀더군요.

 

날씨가 한여름이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산을 갔는데 하필이면 대통령기 전국등산대회하는 팀들과 마주쳐 산길도 복잡하거니와 중간 중간에 배치되어 생수를 건네주는 아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니 이건 뭐 등산도 아니고 산보도 아니고.....해서 샛길로 빠져 잘 안 가던 산길로 접어들었는데,

 

아, 거기서는 인부들이 ‘숲 가꾸기’ 작업하느라고 온 산에 기계톱 돌아가는 소리가 진동을 하더군요. 오늘 등산 분위기 영 안 좋네! 하다가 풀 속을 내려다봤더니, 이거 뭐? 매실 같은 것이 떨어져 있는 겁니다.

 

그게 바로 마누라가 말하길, 관절염에 왔다라는 개복숭아더군요. ‘숲 가꾸기’ 사업하느라 개복숭아 가지를 자른 모양인데 둘러보니 근처에 개복숭아 나무가 몇 그루 더 있더라고요. 견물생심에 떨어진 걸 줍다가 달린 것도 따자면서 마누라랑 둘이서 가지를 잡고 씨름을 하고 있자니 지나던 다른 등산객들도 서로 따겠다고 우루루 달려들던 겁니다.

 

나는 그래도 산나물 캐다가 산주에게 들켜서 전과자가 되더란 뉴스가 생각나서 찜찜하니까 그만 가자고 했으나 그때는 또 마누라가 얼마나 간이 큰지 자기가 이 길로 등산 다닌지 10년도 넘었으나 개복숭아는 구경도 못해봤다면서 먼저 따간 그 인간들 다 전과자 됐겠냐면서 괜찮으니까 떨지 말고 많이 따기나 하라고 나무라던 것입니다.

 

하여튼 그렇게 한 댓박 정도 ‘돈 주고도 구할 데가 없다는’ 개복숭아를 따서는 짊어지고 산을 다니다가 집에 왔지요. 다음날 아침에 마누라가 효소를 담자면서 유리병과 설탕을 내왔기에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더니?

 

헐, 개복숭아 효소가 완전 그냥 만병통치약이더군요. 담아서 100일, 숙성에 4~6개월 후에 음용하면 그냥 온 몸뚱아리에 아픈 데는 안 낫는 곳이 없는 약이 된다는 것인데..... 이거, 영생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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