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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야그

수박 건지기

★진달래★ 2019. 6. 3. 12:21

 


어떻게 아파트 현관 공동비번을 열고 들어오는지 아침저녁으로 광고지가 현관문에 꽂혀있다. 99% 들여다보지도 않고 바로 재활용 종이박스에 쓰레기로 분류가 되지만 간혹, 이런 광고가 눈에 들어올 때도 있다. “5만 원 이상 구매시 15,000원가 수박 한 통 증정물론 그런 광고를 잘 보는 능력이 대부분 여자에게 있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겠다.

 

이 지라시를 읽은 것이 한 일주일 전쯤 되겠는데 그간 마트를 다니면서 그에 대한 상세정보를 물고 온 것 또한 마누라다. 한번에 10만 원어치 이상 구매한다고 해서 수박 2통을 주지는 않는다. 가족끼리 특히 부부가 확실할 때에 따로 수박을 주지 않는다...등등.

 

어쨌든 우리는 집안 구성원이 둘이고 또 장을 봐야할 금액이 자그만치 10여만 원이 넘으니까 수박 두 통을 챙겨야 하지 않겠느냐는 마누라의 주장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작전계획을 수립했다.

 

9시 정각에 마트에 입성하여 카트를 따로 밀고 들어가되, 현미하고 찹쌀이 다 떨어져 가니까 머리 단순한 - 산수는 숫자만 봐도 머리가 아픈 내가 - 간단하게 현미3봉지 찹쌀1봉지만 사서 수박을 한통 건지고 나머지 부식은 마누라가 5만원어치 사서 수박을 한통 더 건지기로 하였다.

 

아침밥을 먹고 830분에 마트에 도착하여 입성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 웬걸, 주차장이 한산한 것이 수박을 건지러 온 피플이 우리 밖에 없다. , 공짜 좋아하는 사람이 우리뿐인가 싶어 적이 민망하기도 하다.

 

, 줄 안서도 돼서 좋네! 자위하면서 마트 열기 바쁘게 카트 하나 밀고서는 쌀 코너에 가서 현미 찹쌀을 찾는데 헉! 어디서 많이 보던 여자 하나가 멀찌기서 윙크를 보내기에 누군가 했더니 마누라다.ㅋㅋ, 작전 들통 나겠네.

 

5만원어치 사려고 했는데 현미가 생각보다 비싸다. 7만원이 넘게 찍혔다. 계산원이 수박 한통 받아 가세요! 해서 수박이랑 쌀이랑 트렁크에 실어놓고 있자니 수박을 너무 큰 걸 골랐는지 마누라가 안 온다. 도로 마트에 내려갔더니 뭘 그리 많이 쌌는지 카트에 수박 실을 곳이 없다. 수박 두 개 사고도 남을 돈을 더 썼지 싶다.

 

어이구, 그새 주차장이 꽉 찼다. 차 돌리기가 어렵다. 공짜는 대한민국 전체가 다 좋아하는 메뉴임에 틀림없다. 집에 와서 마누라는 수박 두 통을 놓고 누가 잘 골랐느니 해가며 내가 고른 수박부터 먼저 맛을 보자고 수박을 자르는데, 그럼 그렇지 공짜로 주는 수박이 뭘? 생각보다 당도가 낮다. 그래도 음식물 쓰레기로 버릴 정도는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근데 만약에 마누라가 고른 수박이 택도 없이 맛이 좋다면? , 큰일이다. 얼마나 또 수박 잘 고른다고 자랑질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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