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돗자리를 새 걸로 하나 바꾸고 싶다고 한다. 아들이랑 축협에 가서 고기 좀 구워먹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러더라. 구입한지가 16년째라고 겉면이 울긋불긋해서 볼 때마다 스트레스가 꾹꾹 쌓인다고 했다. 아침밥 먹을 때 가스렌지에 불이 잘 안 튀어서 짜증이 난다고 e마트에 가서 새 걸로 하나 사고 또 나간 김에 밥 먹고 오자고 해서 점심밥 먹고 돌아오는 길에 하는 말이다.
가스렌지는 좀 불편하긴 해도 아직 쓸만하고 돗자리도 스트레스 받을 게 없지 싶다는 것이 아들이랑 나의 의견이었는데 여자의 의견은 전혀 아니란다. 그게 일이십만 원 정도한다면 모를까 16년 전에 50여만 원 정도 줬으니 지금은 얼마나 올랐을까?
뭐 좀 오래되긴 해서 겉면이 얼룩덜룩한 건 있지만 그렇게 된 건 애초에 여자가 이리저리하자고 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즉 비싼 카펫을 버리게 된 원인 제공자가 70% 정도는 여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까펫이 한 10년쯤 됐을 때 너무 광택이 나니까 눈이 부시다고 무광택 니스칠을 한번 해보자고 해서 철물점 가서 무광택 니스 사고 붓을 사와서 온 집안 창문 다 열어 제치고 니스칠을 했더니 그게 또 영 볼품이 없더란 것이다. 칠을 아무나 대충하는 것이 아니란 걸 느꼈던 순간이기도 했다.
도로 광택 있는 칠을 하자고 해서 날 잡아 다시 칠했더니 이번엔 칠이 너무 두꺼워서 건조도 잘 안 되고 얼룩덜룩하기도 한 것이 적응하는데 달포나 생고생을 했는데 그마저도 보기 싫다고 여자가 아예 다른 천 카펫을 그 위에 깔아 생활하게 되었던 것이다. 칠을 아무나 대충하는 것이 아니란 걸 2번째로 느꼈던 순간이기도 했다. 좌우지간 그렇게 잘 살아오다가 2020년 초가 되니 마음이 변하는지 이리저리 바꾸자는 요구를 시작한 것이다.
가스렌지 기사가 배송을 와서 설치를 끝냈다고 하면서 시간나면 백두대간을 한번 찾아보라고 한다. 기어이 살 모양이었다. 컴으로 검색을 해서 담양에 있는 카펫회사에 전화를 해보니 아직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하고 우리가 쓰는 카펫은 특대형이라 주문할 때 다시 상담하자고 하는데 가격을 물어보니 90만 원 정도라고 한다. 16년 전에 구입했던 사람이라고 바꿀 때 수거가 가능한지 물어보니 얄짤없이 버리는 건 니가 알아서 하라고 한다.
혼자 들기도 버거운 240X330 크기인데 이걸 어느 장사가 들고 나가서 버리며 수거비는 또 얼마나 줘야 하나? 도대체 조금 불편한 것은 참고 사는 것이 애국이고 절약하는 것인데 해도 너무 한다. 집안의 평화를 위해서는 새로 사는 게 좋겠다고 아들도 넌지시 저거엄마 편을 드는 것도 참 못마땅하다. 그러면서 아들 장가보낼 때 집도 한 칸 장만해 주지 못할 형편이라고 푸념은 혼자 다 해댄다.
새해라서 월급 10여만 원 오르는데 쓰기는 그 열배도 더 쓰니 언제 이 무서운 돈의 마수에서 해방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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