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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야그

나이듦의 증거

★진달래★ 2005. 4. 12. 13:47
 

어제 비가 부실부실 내리는 저녁에 우리시의 고분박물관이 개관했심다. 고분이라 카이 내 늦둥이가 고구마와 관계가 있는가 하고 큰넘은 분이라 카이 똥하고 관계가 있는가? 라며 웃는데 그거하고 아무 관계가 없다 카는거는 잘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좌우지간 요새는 백성들이 모이는 일만 생겼다하모 그저 한마디하고 세숫대야도 좀 팔아보자는 인간들이 넘 많은데 어제도 예외가 아니였슴다. 우중임에도 불구하고 구케으원 장차관 등이 엄청 큰 시커먼 차를 타고 내려오고......울 동네에서도 기침 깨나 하는 양반들은 말카 다 마빡을 처들고 모였심니다.


이렇게 잘 빠진 인간들이 너도 나도 참석하겠다 하니 울 동네에서는 큰 소리 좀 친다하는  우리 보스는 정작 한말씀 할 시간이 없어서 그 순서 낑가 넣는다고  정말 쌔빠지게 욕을 봤심다.


애초 참석 인원을 천명으로 잡고 의자를 천개 깔아 놨는데 이기 우찌된 일인지 시민이 3천명 정도 모여 버렸심니다. 예측이 빗나간 것입니다. 이럴 때 우리 마누라 늘 하는 18번이 있심다. “공무원들 하는 일이 늘 그렇지....” 쥐박고 싶습니다. 


이유가 모겠심니까? 사후 행사로 큰북 뚜드리기 난타 불꽃놀이 그라고 성 모시긴가하는 가수가 오기 때문인기라요. 근데 문제는 잘난 인간들이 생각하기를 꼭 자기들 연설 들으러 이 많은 백성들이 온 것이라고 보는데 있는 겁니다요.


비는 추적거리지 모기는 물어뜯지.....성시경이는 빨리 안나오지..... 늦게 온 죄로 의자도 없이 산비탈에 또는 맨바닥에 퍼질러 앉아 있는 2000여명의 머리 속에는 뭣이 굼틀거리겠는지요? 그런 와중에도 의지의 배달민족답게 무려 7명이나 똑 같은 얘기들을 좔좔 늘어 놨습니다.


좌우지간 기다린 덕분에 북치고 불꽃 올리고 성 머시기가 등장할 때는 애들이 완전히 죽더만요. 죽었다 살아온 지애비도 그리 반갑지 않을 겁니다. 집에 와서 마누라가 소감을 한마디 날리는데 플래카드의 장군님 사진이 비에 젖는다고 우는 북한 아아들이나 성시경이 보고 자지러지는 우리 아아들이나 똑 같지 않으냐고?........뭣이 그런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그렇습니다.


좌우지간 그렇게 마치고 일어서려니까 우리 뒷자리에 앉아 있던 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게 뭘 볼게 있다고 오라고 그 난리여 ...그냥 수건이나 한장씩 돌리지........그렇지요. 그렇게 비를 맞고 앉아 있을 때 수건이나 한 장씩 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디다.


늦은 시간에 저녁밥 먹으면서 애들은 정말 재미있었다는데 글쎄요 저는 자꾸 할머니의 수건 한장이 더 의미가 있지 않나는 생각이 드니 이거 나이 들어간다는 증거 아닙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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