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세상야그

낚시도사님

★진달래★ 2005. 4. 12. 13:50
 

캐미컬라이트가 띠처럼 강변을 이어주는 밀양강에서 휴가를 보냈습니다. 만월이 수면을 비추는 한밤 처음 밤낚시를 따라나선 막내가 초리 끝에 달린 푸르스름한 불빛의 캐미컬라이트를 보고 천사다! 하고 감탄사를 던지는 바람에 가족 모두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몇해전 이맘때 큰놈은 그 캐미컬라이트 불빛을 보고 반딧불이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아이들에게도 세월의 깊이와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내 옆자리에는 60이 가까운 조사분이 아주 고급스런 릴 열대를 담구고 계셨는데 한 대에 45만원짜리라고 했습니다. 낚시 도구에 대한 투자의 면면을 보니 가이 경지에 이른 프로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는데 밤새 눈 한번 안 붙이고 계속하여 팔뚝만한 물고기를 끌어내는데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거기에 프로가 있었습니다. 이틀을 함께하면서 낚시와 인생살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 듣고 왔습니다. 그 조사분이 그 정도의 낚시경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을 강가에서 보냈는지 감히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근처 마을에 산다는 그의 아내가 만이틀이 지나도록 식사와 두터운 겉옷을 가져다주지 않음으로 미루어 대충 짐작해볼 따름이였습니다. 한 남자가 도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밤을 독수공방으로 지새온 한 여자는 이제 복수의 길로 접어들었던 겁니다.


그 조사분 이제 아내에게 돌아갔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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