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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야그

바른 세상이 무엇인지..

★진달래★ 2005. 4. 12. 14:09
 

지지난주 한동안 뜸했던 고향까마귀 모임에 나갔었지요. 솔직히 까발리자면 뜸했었던 게 아니고 두 번째 참석인가 봅니다. 첨엔 청내 직원들만 한정하여 얼굴 보고 밥 한끼 먹고 헤어지는 단촐한 모임이라 별 부담이 없었는데 청외의 고향까마귀들까지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보니 회비 이외의 지출이 많아 잘 가지지 않은 것이지요.


게다가 청외회원들은 거의 대표이사 또는 무슨 무슨 업체 사장들인지라 그 수준 그 장단에 발맞추기도 힘들었거니와 50여명에 가까운 회원들의 경조사에 얼굴 들이밀기가 사실 가랑이 찢어질 판이었던 까닭입니다.


청외회원들이야 공무원들 얼굴 알아 놓으면 사업 해먹기 좋을 터이고 거기다가 자다 깨도 반가운 동향의 까마귀라면 이 얼매나 금상첨화이겠는지요? 그러나 필자는 끗발이라고는 존만도 없는 찌그러진 부서에다 인허가하고는 사돈의 사돈의 8촌보다도 더 먼 사람임에랴 무어라고 그 사람들이 환대할것이겠는가 만은 그래도 어쩐지 생전 모임에 오도가도 않는 내 이름을 알아주고 반갑게 손도 내밀어 주고 하니 어설퍼지만 그래도 정이 쬐끔 느껴지더란 말입니다.


사설은 이만 접고 말입니다.....이름도 성도 잘 모르는 고향선배라는 사람이 모임을 파하고 집엘 가려는 나를 붙잡아 맥주를 한잔 더하자 해서 갔더니 명함을 한 장 주는데 토건업 대표이더이다.


뭐 농로포장이나 하고 도로보수를 하는 사업체라는데 저는 잘 모르는 분야입디다. 헌데 그 양반이 하는 말씀이 공무원노조 때문에 사업해 먹기 참 힘들다는 겁니다. 아니 그게 뭔 귀신 씬나락 까먹는 소리냐고....물었더니 자기가 관급공사를 딸 때 주로 만나는 담당자가 노상 공무원노조 조끼를 입고 있어서 인사치레로 봉투를 내밀기가 너무 어렵고 어쩌다 내밀기라도 하면 얼굴 똑바로 쳐다보면서 조끼의 노란 글씨를 가르키면서 간단히 거절한다는 것인데


정말 그 담당자 말대로 공사 끝나고 돈 찾아가면서 입 싹 닦고 있어도 담에 공사 따는데 지장이 없는 것인지 너무 불안하다는 겁니다. 이 사장이 그 동안의 어설프고 구린 관행에 젖어 수의계약에 있어 밀릴까봐 몸이 달아 있었던 겁니다.


그만 기분이 엄청 좋아지더구만요!

그 담당자가 누구더냐고 함 물어 봤더니 글쎄 연가투쟁 때 대학구내서 붙잡혀 종로서인가에서 이틀 관식 먹었던 아주 훌륭한 친구더군요. 그 친구 언젠가 교육을 같이 갔었는데 하는 얘기 중에 그 자리로 가서 일체의 수금과 상납 행위를 중단 했더니 윗자리에 사시는 분들이 금단 현상을 보이더라는 농담을 하더구만요.


제가 뭐 사업발주에 대해서 아는 게 있어야 말이지요. 다만 앞으로 공사 끝나고 나서 해당과에 봉투 갖다 주는 업체는 절대 관급공사 못 따게 하는 것이 공무원노조 절대절명의 사업이라고 한번 설명하고 그런 돈 있으면 양로원이나 고아원에 사장님 이름으로 헌금하라 했습니다.


야그 잘했지요.

그날 먹은 맥주 셋에 안주 하나 기본 2만원은 그 띨빵한 사장이 냈습니다. 헌금 한달 연기하기로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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