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일터야그

신선놀음

★진달래★ 2005. 4. 12. 14:20
 

충무시 한산섬을 찾아 이충무공의 유적지인 제승당을 참배하고 왔습니다. 오래전 지인으로부터 요트 한척을 비워 놓았으니 좋은 사람들과 하루 바람 쐬고 오자해서 가족들을 대동하고 간 것이지요.


참 분에 넘치게도 하얀 돛이 바람을 받아 팽팽한 요트를 타고 통영 앞바다를 씽 달리자니 그 뭣인가 옛 조상들이 즐겼다는 뱃놀이가 이런게 아니였나 생각이 듭디다. 통영시 성산면인가에 위치한 이충무공의 한산대첩 현장을 가던 중간 중간에 점점이 폼나고 멋있게 생긴 선남선녀들이 쾌속정에서 더러는 낚시를 즐기고 일광욕을 즐기고 그러던데 참 보기 좋더군요.


지나가는 말투로 저런 배 얼마정도 하냐고 또 속물임을 여지없이 들어내며 요트 선장에게 물어 봤더니 2억 정도 한다면서 쟤들은 다 재벌 2세쯤 되는데 여름 동안을 저렇게 희희낙락으로 보낸다더군요. 괜히 세상 좀 불공평하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더만요.....넨장..


선착장에 배를 대고 제승당을 오르는 길에 이충무공이 400여년전 왜란 당시 한산대첩을 진두지휘하면서 수군들과 함께 마셨다는 우물이 있었는데 바닷가에 연해 있으면서도 짠맛이 없는게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안내표지판에 보니 400여년전의 그 물맛이 하나도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써놨는데 불행히도 그날 우리 주변에는 400여년 전의 물맛을 아는 이가 한사람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한산섬 달 밝은 밤 수루에 홀로 앉아 긴 칼 옆에 차고 이충무공이 깊은 시름 하던 그 수루에도 올라가서 사진도 찍고 왜놈들이 뒤지는 줄 모르고 떼를 지어 처들어오던 병목형상의 바다도 내려다보았습니다.


최근 정국이 어수선하다보니 이충무공 같은 충신이 지금은 없는가? 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는데 한 시대를 같이 살아보고 싶은 이순신 장군....의 시대를 뛰어넘어 서해해전과 최근의 북한의 NLL 침입 등과 맞물려 깊은 경외감이 느껴졌습니다.


선착장에 돌아와 횟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니 언제 준비를 했는지 지인 양반이 건어물들을 한보따리식 선물을 해줘서 그 참 여자분들이 넘넘 좋아하는 겁니다. 울 마누라 버스에서 씩 쪼개며 하는 말이 당신 친구 중에 저런 부자가 있는 줄은 몰랐네 합니다.


친구요? 사실 친구도 아니지요...전 형편이 못되서 모임 설립 10여년 동안 이번까지 두 번 참석한거거든요. 그런데도 이 양반들 지금까지 한번도 빼놓지 않고 모임 있으면 꼭 연락해 줍니다.


어제 회장님이 나 몰래 우리 마누라 더러 말하기를 다음 모임부터는 내 빼고 마누라 더러 참석하라고 그러더랍니다.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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