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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야그

마트와 할배

★진달래★ 2005. 4. 12. 14:14
 

아내와 자주 장을 보러가는 마트가 있습니다.

시내로 들어가는 로터리 6가에 위치한 제법 큰 마트인데 노상주차장이 좁아서 관리하는 마트할배가 매우 고생이 많아 보입디다.


선풍기 하나 없이 파라솔 밑에서 진땀을 흘려가며 차를 빼주고 넣어주고 하는데 그 할배 만날 때마다 참 세상 먹고살기 힘들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번 주 토요일 오후에 장보러 갔다가 아이스크림 하나 사서 드렸더니 그냥 사양을 하시더니만 “주차장 관리 5년에 손님한테 아이스크림 얻어먹기는 처음입니다” 하시는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제 저녁에 담은지 두달 된 매실즙을 떠내고 술을 담을라니 사둔 소주가 없어서 마트에 갔질 않겠습니까? 주차하고 돌아서는데 언제 왔는지 그 할배가 깍듯이 인사를 건네며 키를 받으러 뛰어온 겁니다. 참 미안하고 당황이 됩디다.


괜히 아이스크림을 사드려서 사람 눈치 보게 만들지 않았는가 싶은 게 솔직히 쓰잘데 없는 짓을 했다는 후회가 밀려오더군요. 그넘의 7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젊은 넘을 대우하게 만들었군! 또 다시 세상 더럽다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정년퇴직하시고 그나마 이런 일자리라도 있어 막내넘 공부시킬 수 있는 본인은 행운이라 하시지만 마냥 땡볕에 종일 손님들과 실랑이를 하는 거 보면 우리나라 노후 복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 할배도 넨장 우리랑 같은 과출신이라는데 늦둥이를 둔 저는 남의 일 같지 않습디다. 이젠 그 마트에 갈라치면 제가 더 그 할배 눈치가 보이니 참 큰일 아닙니까? 공무원......... 이거 노후에 비젼이 있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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