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애들야그

잊어야 크는 아이

★진달래★ 2005. 5. 16. 12:07

 

 

 

어라!

그냥 내려가네?

언제부터? 

내가 궁금해하자 늦둥이는 큰일을 해낸거 처럼 싱글벙글하며 벌쩌부턴데! 한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지루해서 그냥 내려가자하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늦둥이가 내손도 잡지 않고 그냥 혼자서 계단을 내려오던 것이다. 아니 저번 주 까지만 해도 손을 잡지 않으면 벽을 의지해 갑갑하게 조심조심 내려왔던 것이다.


그런 늦둥이를 볼 때마다 어릴 적 계단에 굴러 심하게 다쳤던 그 험악한 기억이 언제까지 가나 걱정하고 궁금해 왔던 터였다.


이제 초등 2학년.

다행스럽게 2~3일 전쯤부터 그 기억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나 보다. 아직 완전히 그 두려움에서 헤어나진 못했는지 약간은 겁을 먹는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라는 말에 괜찮아요! 하면서 씩씩하게 보이려고 애쓰는 폼이 날 웃게 한다.


늦둥이는 큰놈과 7살 터울이다.

안 낳기로 한 것이 하나만 하다 큰놈을 생산했고 하늘가신 아버지께서 하나 더 낳기를 간청하여 늙그막에 둘째를 만들었던 것이다.


아내가 나이 많았던 탓이였던지 작은 놈은 성장기 이력이 특이하게 업치면서부터 기는 행동이 생략되고 벽을 잡고 걷기부터 했다. 그러나 잡지 않고 걷기가 오래도록 안되면서 얼마나 애를 쓰게 만들었는지 몇 개의 병원을 들락거렸던 기억이 있다.


모든 검사가 정상이었으며 심지어 의사가 뭘 조급해 하느냐고 나무라기까지 하는데도 아이는 벽이며 소파며 장롱에 기대지 않고서는 걷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애가 타는 장모님이 날을 잡아 삼신할매한테 빌기까지 했는데 기본성장에 비해 2년 정도 늦게 걸었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계단에 굴러 다친 이후 그 기억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해 계단에 겁을 내고 아예 내려가기를 두려워 하던 것이었다.


엄마도 알아?

아직 아내도 늦둥이가 계단에서 자유로워졌음을 모르는 모양이다. 오늘 저녁에는 늦둥이의 계단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외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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