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애들야그

아들 화이팅!

★진달래★ 2005. 5. 18. 16:10

요새 오더가 넘 많이 떨어져서 퇴근만 하면 곯아떨어지기 일쑤다. 육신이 피곤해서이기보다는 잘 안돌아가는 호박을 굴려 자료를  빼낼라 하다보이 제풀에 지치는 감이 없질 않다.

 

엊저녁도 밥 먹자마자 뻗었던가 보다. 아침에 애들 얼굴 본 기억이 없어 일나자 말자 애들 방으로 가 보았더니 늦둥이 벌써 깨어서 회화 CD 듣고 있다가 날 보자마자 홱 돌아누우면서 흥! 하는 폼이 약간 삐진 것 같다.


우리 준이가 왜 화가 났을까? 잘 자고 나서.....궁둥이를 탈탈 두드려주는데도 입술이 한쪽으로 딸려 올라가면서 건들지 마세욧! 한다. 이럴 땐 한참을 그냥 놔둬야 입술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지가 반응이 궁금해서 옆으로 기어든다.


와이프 더러 늦둥이 왜 삐졌냐니까? 문갑을 보라고 눈짓을 하는데 큰놈이 받아온 금박이 화려한 상장이 세장이나 놓여 있다. 최우수상이 하나 우수상이 둘이다. 아마 엄마가 엊저녁 큰놈을 좀 칭찬해 주었더니 작은 놈이 질투에 골이 잔뜩 났나 보다.


상장 두장은 글짓기이고 한 장은 학원에서 본 중간평가 상인데 양성평등에 관해 쓴 글짓기가 최우수를 받았다. 양성평등에 넘 도통해서 장가가면 제마누라만 신나게 챙기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장은 월초에 다녀 온 수학여행 기행문이라는데 내가 읽어 보기로는 그저 그렇던데 더 잘 쓴 애들이 없었나 보다.


중간평가 시험은 망쳤다고 심통을 부리고 하더니만 예상외로 성적이 잘 나왔나 보다. 큰놈은 어려서부터 마누라가 욕심내어 돈을 처발라 공을 들인 탓에 공부는 수위권에서 잘하는 편이다.

 

늘 상위권을 유지하다 보니 그 위치를 수성하는데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지 한 문제 틀린 것 가지고 펑펑 울기까지 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상품으로 5000원짜리 문화상품권이 세장이다. 돈 벌었다.


박봉 월급쟁이 애비가 얼마나 뒷받침을 잘해 줄 수 있을지가 참으로 의문스럽기 짝이 없는데 일단은 고마울 뿐이다. 남은 내 할일은 토요일 갈비 사주는 거다.


큰놈에 대비해 작은 놈은 와이프가 좀 소홀한 탓인지 아직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영어와 수학에 취미를 보이기는 하나 국어 즐생 슬생 등에는 무지 공포감을 내보인다. 근데도 여자 친구는 어찌나 많은지 일요일날 순서를 번갈아 데리고 오는 통에 초등학교 입학 후로 소파에 뒤비져서 낮잠 한숨 때려 본 적이 없다.

 

전에 저거반 가스나 하나가 늦둥이를 복도 컴컴한 데로 델꼬가서 뽀뽀를 해버렸다 하는데 조만간에 그 집 부모를 만나 위자료를 청구하던지 해야겠다.


상장을 흐뭇하게 읽어보고 있자니 혼자 뒹굴던 늦둥이 슬며시 안방으로 들어와서는 한숨을 폭 쉬면서 옆에 털석 앉는다.

내 귀에 대고는 은근히 속삭인다.

 

“아빠도 형아만 좋아하지?” “.....”

반응을 보고자 가만히 있었더니

“나도 저번 시험엔 자은이 보다 잘했다 뭐!" 한다.

 

자은이는 최근에 늦둥이가 사랑에 빠진 다크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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