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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야그

나에게도 메시아가?

★진달래★ 2006. 6. 13. 14:42
 

 

다리 아픈 김에 쉬어간다고 했나?

다리가 아픈 건 아니니 핑계 김에 그냥 탱자 탱자하고 싶어졌다.

장기재직휴가 10일을 받았다.


이 직장에서 밥을 먹은 지가 벌써 22년째에 접어들고 지금 자리에 머문 지가 올해로 15년째로 접어드나 보다. 그 15년 중에 한 인간의 입으로 12년을 함께 일했으니 참 무던히도 긴 인연인 건 틀림없는 사실인데....그 인물은 벌써 잊혀진 인간이 되어 간다.


그 양반 잘나가던 시절에 뭔가 후광이 있을까 싶어 정말 열심히 뛰었는데.....토사구팽이 뭐 별건가? 나는 그냥 한 마리 볼품없는 사냥개에 지나지 못했다.


휴가 이틀째...정리되지 않은 내면적 갈등과 싸우는 와중에도 친한 몇몇 직원이 간간히 전화 걸어와 청내의 움직임을 알려주느니 쉬는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서울은 그렇다치더라도 이 작은 소도시마저 선거의 후폭풍이 몰아쳐 아직 기관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유력한 자리의 인사내정자가 활개를 치고 어깨에 기브스를 했다는 풍문이 도니 한 다리 건너서는 물론 정작 선거판에 나서보지도 못한 인물을 지원했던 나 같은 놈은 찬밥에 도토리 신세도 못될 일은 틀림없겠다.


좌우당간 앞으로의 4년간은 숨도 못 쉴 일이겠거니와 당선자가 재선이라도 하는 날에는 남은 정년까지 그냥 숨만 쉬고 살아야 될 팔자가 된다.


참으로 큰 의지가 됐던 사람과의 일도 매끄럽지가 못하고...이는 내가 욕심을 부린 탓이지만...그로 인한 여파가 내 생활의 거의를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만다.


엊저녁부터 쉽게 잠들지 못하고 줄창 영화만 때리고 있다. “트로이‘를 다시 보고 아들놈과 2시까지 “알렉산더”를 감상했다.


알렉산더는 약관 33살로 숨을 거두기까지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인도까지 진출했다는데 내 꼬락서니는 대체 뭔가? 음...그건 어디까지나 역사이고 영화다라고 자위하면서....담배나 피웠다.


오늘 아침 잠을 깼더니 집안이 조용하다.

아이들 학교가고 마누라 산엘 갔나 보다. 식탁에 있는 사과 한 개를 깍아서 카푸치노 커피랑 마시니 별 맛이 없는 것이...엊저녁에 빌려다 놓은 쉰들러 리스트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 이 영화를 접할 적에 좀 갑갑하고 느려 터진 느낌이 있어 보다 그만 두었었는데 요즘의 우울한 기분과 자학적인 감정으로 혼자 감상하노라니 그 기분 썩 맞아 떨어진다. 오스카 쉰들러....그가 바로 이 땅의 구세주 아닐까?


자기 돈으로 사서 구해준 유태인의 자손이 현재 6천명이 넘는다 한다. 6백만의 유태인이 가스실에서 들판에서 죽어갈 때 그 어느 메시아도 침묵했었고 세상의 우러러 받는 영적인 모두가 행동하지 못했지만 오스카 쉰들러만은 세상을 구해 내었다.


독일이 연합군에게 항복하고 쉰들러가 포로의 노동력 작취범죄자로 도망할 당시 남긴 “이 금으로 된 옷핀을 팔았으면 유태인 한명의 생명을 더 구할 수 있었을텐데...나는 그러지 못했다" 고 흐느낄 때 이런 젠장 요즘 울고 싶었던 나도 그만 엉엉 울고 말았다.


마누라가 그 시각 산에서 돌아와 벨을 누르지 않았더라면 혼자서 실컨 울기라도 했을텐데....도대체가 남자는 혼자서 시원하게 울어 볼 기회도 없다.


‘눈이 왜 뻘게? 밤에는 안자고 참...“

어이 아줌마...도대체 당신이 생각하는 인생의 정답은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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