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일터야그

송별식

★진달래★ 2006. 6. 30. 09:49
 

 

아아!

드디어 인연이 다했나 봅니다.

길고 긴 12년간의 인연을 다하고 어제 영감의 송별회가 있었습니다.


쪈이 많은 피쁠인지라 먹는 거는 늘 최상으로 하는 사람이기에 어제는 킹크랩을 발라 먹었습니다. 사실은 랍 스타를 먹자했는데 예약하는 인간이 실수를 했나 봅디다.


룸에서 마시면 300을 홋가한다는 로열샬룻을 영감의 지하창고에서 4병이나 공수를 해온 탓에 17년산 발렌타인은 통 인기가 없었습니다.


화무십일홍이요...권불십년이라고...

양주를 원샷하는 폼이 많이 허전한 가 봅디다. 허무감도 들겠지요. 지명도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모두 1위를 달리다가 공천이라는 그것 때문에 선거에 나서보지도 못했으니 억울하기도 했을 겁니다.


작대기 선거라고....어제 모신문사장이 소주한잔 하자면서 전화해서 하는 말이 “응태 글마를 공천했어도 당선됐을거야!”하더군요. 응태라는 친구는 아주 오래된 토박이 노숙자올습니다.


녕감의 이야기패턴은 10여년 전이나 똑 같았습니다.

갓 끈 떨어진 현실을 체감하지 못하고 나 아직 죽지 않았다고 큰소리를 탕탕 치는데 넉살 좋은 비윗쟁이들이 건강을 축원하는 건배사를 읊어대고....으으억...술맛이 다 날아갔습니다.


자리를 옮긴다기에 쓸쩍 빠지려고 했더니 인원보고를 한다고 나서는 직원이 있더군요.

마지막 충성이 눈물겨웠습니다.


노래방에서 23명이 잔을 들고 쫘악 일어서서 또 이별멘트를 들어야 했습니다.

나 아직 안 죽었노라고.....미련이 남다남다 넘쳐흐르나 봅니다.


“용두산 엘레지, 문패 없는 주막, 울고 넘는 박달재”

영감의 18번 레파토리 세곡을 입력해놓고 자리를 떴습니다. 2차 마치고 남아 있으라는 영감의 말이 있었지만 내일이면 임기 끝인데 아직 명령인가 싶어 웃었습니다.


늦은 밤부터 장마가 올라온다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차창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묻혀 한 세대가 영원히 물러가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떠날 때 멋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가 정말 멋있게 떠나는 건지....안타까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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