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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야그

도로묵

★진달래★ 2006. 7. 20. 09:57
 

       묵사발

 

8월 인사를 앞두고 꼭 자리를 옮기고 싶었다.


인간의 본성이 한곳에 정주하려는 기질이 있고 불혹이후의 세대가 새로운 시작이나 도전을 무척 힘들어한다는 사실도 익히 알고 있지만 근래 나를 무척 갈등하게 하는 여러 환경적 요인들에게서 놓여나는 길은 이것이 최상이라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면담을 신청하고 약속한 날이 며칠이나 연기가 되었다.

기관의 장쯤 되면 거느리는 부하직원의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일보다 더 중요하고 긴급한 민원이나 시정문제가 있기 마련이라 속은 타지만 답답한 놈이 우물판다고 별 수가 없는 터였다.


어제,

약속한 3시를 15분 넘기고 나서야 겨우 원탁에 좌정할 수 있었다. 근데 이 양반은 너무 소탈하고 겸손하다. “장‘이라는 사람이 직원보다 더 고개를 낮춰 인사를 받으니 우선 황송하다.


중 제 머리를 못 깍는다고 내 애로사항을 낱낱이 밝히기 낯간지럽다고 고맙게 동석해 준 윗분이 상세히 내 입장을 설명 드렸다.


한 자리에 붙박힌지 15년,

그리고 하인부리 듯 쓰다 떠나간 전임 녕감태기 이야기까지.....이젠 정말 자리 좀 옮겨서 다른 업무를 해보고 싶노라고.....


말이 없었다.

이미 업무보고를 다 받았으니 돌아가는 사정은 알 것이라 생각했지만 설명 후에 뭔가 말이 없다는 것은 불허를 뜻하는 거 아니겠는가?


간단히 묻겠는데....전보를 요청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뭣입니까? 하였다.

지인께서 “승진” 이라고 대답하니 날 더러 먼저 나가 있으라고 한다. 공손히 물러나왔다. 기다린다는 것은 늘 피곤하고 초조한 일이다.


15분쯤 후.....

이야기를 마치고 나온 지인께서 급히 로비로 부른다.

이동은 불허되었다. 승진은 각별히 추진한다.


내 자리를 맡아 줄 직원이 여의치 못하다는 것이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훌륭한 격언도 있건만은 높으신 양반들은 불확실한 미래 상황에 절대 긍정적이지 못하는 모양이다.


예서 퇴직하게 되는 가 싶다.

쉬운 게 승진 약속이고 당장 급한 거는 그 양반들 대시민 입장이지. 어디 1박2일을 속아 왔나?

 

특별권력관계 속의 존재가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옷 벗는 일 뿐인 것을.....마누라와 술 한잔 찌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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