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도 전에 친구에게서 오늘 시간 되느냐는 전화가 왔습니다.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두어달 전에도 약속을 잡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제가 간곡히 사양을 했었거던요.
몸이 많이 안 좋은 친구가 있습니다.
죽을 고비를 한번 넘기고 많이 좋아졌었는데 최근 급격히 나빠졌다고 합니다. 이제 친구들 하나하나 만나 저녁을 먹자는 이야기가 뭘 뜻하는 거겠습니까?
이런 이별을 위한 만남에 저는 늘 참 서툽니다. 담담히 웃으면서 이별할 수 없는 저의 약한 가슴이 원망스럽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지난 세월 동안 그 친구의 부탁들을 좀 더 정성껏 들어주지 못했던 게 없었나 하는 반성을 합니다. 그 중에서도 늦게 시작한 대학원 학위논문 쓰는 걸 제가 바쁘다고 안 해 준 것도 생각납니다.
그렇게 몸 아픈 친구가 그 논문 쓰느라고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싶은 생각도 합니다. 아직 50이 되려면 한참 남았는데...이제 막내가 초등 2학년쯤일 텐데...늦둥이 아들 봤다고 그리 좋아하더니만....사업 잘 되서 한참 돈 벌 때 몸이 아파서 나랑 진하게 술 한잔 못하니 참 서글프다고 했던 그 얼굴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꼭 부부동반해서 만나자고 합니다. 마누라가 이번 밥값은 당신이 내야 된다고 하는데 울 뻔 했습니다.
재회하기 어려운 이별을 앞두고 맞이하는 만찬은 정말 가기 싫습니다. 그러나 아니 갈 수 없는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