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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그

여수찬가

★진달래★ 2006. 11. 6. 13:29
 

 

지난 금요일 막 퇴근하려는데 친구장모님께서 이승의 소풍을 끝내고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연락이 왔는기라요. 젤 새딱한 차를 가진 놈이 지가 모시겠노라고 가게로 모이라해서 마누라에게 여수에 댕겨온다는 보고를 했더니

 

뭐씨 꿈자리가 사납다느니 요새 혈압도 높다하는데 부의만 하면 어떻겠느냐? 하는 걸 이 여자가 70먹은 할매맨치로 꿈자리 타령이냐? 고 뭐라카고는 친구 놈 차를 탔지요.


장승같은 놈 다섯이 한차에 오르니 얼마나 비좁은지..... 게다가 토요일 출근하는 친구가 있어서 얼릉 갔다 오자고 해서 밤 고속도로를 140km로 쌔리 밟는데 오장육부의 끝이라는 데는 모두가 찌릿찌릿하더라구요. 후이...쌀뻔 했네!


참 멀더군여.

좁다는 우리나라도 이리 먼데 우리 보다 96배나 큰 중국은 얼마나 큰 나라인지 상상이 안 되더만요. 또 차 주인되는 놈이 얼마나 우악스럽게 운전을 하는지 남강휴게소에서 커피를 한잔 사주고 운전기사를 교체했습니다. 장거리는 우야등간에 성질 좋은 놈이 운전하도록 해야 됨다.


3시간을 달리는 동안 정말 오랜만에 만난 말빨 쎈 친구더러 조수석에서 설을 풀 기회를 줬는데 모자동차에서 영업만 13년을 한 친굽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영업부문에서 유일하게 2번의 특진을 한 자칭 역사적인 인물로서 파란만장한 자동차영업의 노하우를 들려주는데 참 흥미롭더군요.


평사원에서 출발하여 “도”를 관할하는 지점장까지 승진한 능력절정의 순간에 갑자기 영업이 싫어서 사표를 던져 버렸다는데 그게 오늘날 "박수칠 때 떠나라!" 하는 영화가 아니었겠느냐 합디다.

 

차 영업 잘해서 역사적인 인물이 됐다는 지는 아직 티코를 타고 다니는데 작은 차 타는 거 그게 바로 돈을 버는 길이랍니다. 내가 새 차 주문했다니 그 지랄을 떨더구만요. 


지금은 스포츠웨어샵을 하고 있는데 입때껏 영업을 하면서 성공한 인생의 좌표가 있었다면 “솔직하라” 그리고 “겸손하라” 였다고 합니다. 겸손하게 살았다는 놈이 제 자랑에 어찌 그리 침을 튀기는지...어이구....이놈아~~~ㅋ


사천 순천을 지나 여수역에서 한참을 달린 후에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친구마누라가 넘넘 반가워하는 겁니다. 평일이라서 일부러 연락을 안했는데 어찌 알고 와부렀냐고?....전라도 말씨는 참 온몸에 착착 감기면서 얼마나 인정이 넘치는지....


향 피우고 절하고 소주 한잔하는데 최고의 손님이 올 때만 상에 올린다는 홍어를 상에 그득하게......정말 남의 장모님 덕에 많이 먹었습니다.


근데 이번 친구 장모님 장례는 너무 조용하게 치르더만요. 수년 전 친구 장인어른 장례 때에는 정말이지 부산에서 올라간 우리가 정말 황당했었습니다. 장례를 치루면서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 꽹가리 장구를 치며 사물놀이를 즐기는 걸 머리털나고는 처음 봤거던요.


정말 큰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봉분을 다 올리는 동안 그런 현상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기까지에는 대학 때 토론의 주제로 올랐던 이청준 소설 "축제“가 큰 도움이 됐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면서 많은 고생을 했기에 축제를 치르는 즐거운 맘으로 저승으로 바래다 준다는....그 깊은 뜻을....


새벽 2시를 넘겨 장례식장의 창문을 열어보니 칠흑 어둠이 앞에 펼쳐지는데....앞이 바로 그 유명한 여수 오동도라더군요.


오동도...그 아련한 추억의 오동도....예년 27살 총각 시절 기업에 다닐 적에 여수 모 쥐포공장에 출장을 간 적이 있었지요.


그 때만 해도 여수가 엄청 시골이라 일을 마치고 나니 시내에 나갈 차가 끊어지고 없었습니다. 여관을 정하지 못해 하는 수 없이 사장에게 부탁해서 그 쥐포공장의 여공기숙사에서 하루 밤을 자게 되었지요.


객지에서의 여공기숙사라는 묘한 감흥에 일행이 모두 뒤척이고 있는데 똑똑똑! 하고 여공 몇몇이 소주랑 쥐포 오징어를 들고 문을 두드리는 겁니다. 육지에서 온 총각들이랑 한잔하자는 거였지요.


때는 8월이었는지라 섬처녀들과 소주를 한잔씩 하고나니 얼마나 더운지....선풍기 하나 없이 헥헥거리고 있자니 이쁘장한 여공이 말하기를 우리 해수욕하러 가자는 것입니다.


이 오밤중에 수영복도 없이 해수욕이라니....진짜 못 간다고 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 어디 생면부지인 아가씨들하고 해수욕을 하느냐고? 극구 사양하자니 아무 걱정 말라고 하면서 그냥 가기만하면 된다고 하도 잡아끌어서 간 곳이 바로 새카만 모래 새카만 조약돌이 천지빼까리인 오동도였답니다.


그 이쁜 아가씨들 서너명이 바로 옆에서 옷을 훌라당 다 벗어제끼고 물에 뛰어드는데도 진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까만 백사장이 무지 원망스러웠던 순간이지요.


도시에서 출장 간 우리가 도리어 머쓱해져 촌놈 티를 좔좔 냈던 것이....그 때 난생 처음 태어난 모습 그대로 쥐포공장 아가씨들과 어울려 해수욕을 즐겼던 그 아늑한 낭만이 아직도 머리에 써언합니다.


그리구요....물 속에서 은근히 내 팔을 잡으면서 나는 뭍으로 시집가고 싶어요.....하던 아가씨도 있었거등요. 아이고....지금쯤 어디서 뭘하며 살고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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