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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야그

마니또

★진달래★ 2007. 4. 19. 10:03
 

 

요새 애들은 학교에서 마니또(비밀친구)놀이를 하는 모양이다. 같은 반 중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를 점찍어 비밀리에 선물도 보내고 간식도 전달하고 그러는 가 본데 학교에서도 정보교환의 의미로 묵인을 하는 정도란다.


누군가 자신을 생각해 주는 비밀친구가 있어서 가끔 선물을 보내오고 간식도 전달해 준다면 그 친구가 누군지 갈수록 궁금해지고 또 얼마나 기분이 좋고 묘하겠는가?


학교에서도 너무 과한 선물을 보내 부담을 주거나 마니또 놀이의 본질이 흐려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서 간식은 주로 500원 이내의 과자 그리고 선물은 학용품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주에 아들한테 마니또가 거금 1만5천원짜리의 교양서적을 보내 학급이 떠들썩했다는데 정작 그 선물을 받은 아들놈은 반응이 없다는 거다.


지애비 에미가 더 궁금해서 도대체 그 여학생이 누구냐? 전혀 감이 안 잡히느냐? 고 족쳐봤지만 짜슥이 지가 좋아하는 가스나는 아니란다. 그려서 목석같은 놈이 지도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긴 하나 보다 싶어서 그럼 니는 그 여학생한테 뭘 선물하느냐? 고 물었더니


선물 보내는 날 늘 500원짜리 포테이토칩을 보냈더니 어저께 쪽지가 왔는데 “제발 메뉴 좀 바꿔라 니는 맨날 감자칩만 먹냐!” 라고 짜증을 내더란다.


우쨌등간에 지가 좋아하는 여자는 나를 안 좋아하고 내를 좋아하는 여자는 내 맘에 안 들도록 인간을 만들어 놨으니 조물주 이 양반이 참 원망스럽고 요상스러울 일이다.


마누라 어제 드라마보다 말고 “그 가스나가 누군데 그리 비싼 책을 사 보냈는지 참 궁금하네....집이 부잔가 보다!”....하길래 아이구 속물! 하고 둘이서 실실 웃었다.


한반 30명 중 남학생 8명 여학생 22명이다 보니 인기 좋은 놈은 여학생 마니또가 3~4명이요 마니또가 없는 남학생은 보기에도 불쌍해 보인다니 즐거워야 할 고교시절에 너무 빨리 남녀애정 관계의 처참함을 알게 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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