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친구야그

프힛! 클클클...

★진달래★ 2007. 11. 4. 10:25

 

 토욜 오후~~~!

서로 눈 마주치기 싫어서 여자는 거실에.....사내놈은 안방에.....좀 작은 2세 숫놈은 인터넷에 눈알을 집중하여 피차 무관심하게 놀고 있는데....


집전화가 삐리리리....^*^

어라!

대여섯번을 울려도 받는 인간이 없다. 넨장....답답한 놈이 사무실인가 싶어 수화기를 들자니 어! 출세한 친구다!


뭐하냐? ...어! 논다.

집사람 있냐? 멀라고? 남의 여편네는...?

노트르담 봤냐? 내 형편에...!

석장 있는데 50분까지 와라!


노래하는 거라면 도전 1000곡부텀 영남주부가요제까지 일괄 쫘악 꿰고 있는 마누라가 싫어할 리가 없는데 엥! 지금 상황이 별로찮여! 니 죽고 내 살자한 게 어저껜데...말붙이기 싫여! 허지만 이게 내 형편에 돈 주고 보기도 어려운 거고....노트르담 빠리하면 대통령도 보려다가 못보고 간 거 아닌 겨?.....


아이고 아까운거...! 쓰을...거실에 나갔겠다.

하이고...마누라 거실 화장실에서 문도 안 닫고 쉬이~~! 하고 있네! 뻔데!

“표 있다고 노트르담 빠리 보러 오랴? 갈래?”


입술문신 2차 처리 받아가지고 더 샛빨개진 입가에 미소가 휙~~!지나가는 거 있지. 으흐흐...친구 덕분에 이런 식으로 부부쌈이 마무리 되는구나!


남은 시간 30분!

불이 나게 머리감고 화장하는 틈에 비 맞아 엉망진창인 차 대충 닦아서 공연장에 도착하니 4분전! 입구에서 기다리던 친구에게 티켓을 받고 보니 거금 10만원짜리 R석이다.


“ 덕분에 호강하네! 현금으로 주면 안 되겠냐~~!”

불 꺼진 좌석에 안내 받아 들어가니 음악소리 요란하게 울리면서 남자가수가 쏠로로 노래를 시작하는데.....흠!


음....기대를 안고 보는 처음엔 그저.....사실 별로였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울려 퍼지는 박수도 못마땅했고....뭐 노래도.....가사를 자꾸 놓치니 내용 연결도 잘 안되고.....40분쯤 어깨가 무거워 돌아봤더니 2세는 잠들었더라!..여자는 춥다고 윗도리 내놔라 한다.....!


전반부를 마치고 20분 쉬는 타임에 집에 가자고 한다. 에라이.....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우리가 뭔 문화예술가라고 알아듣기도 힘든 뮤지컬인가 뮤지컬이....!


엘리베이트로 가는데 아이구.....친구가 언제 봤던지 제사무실로 가서 차 한잔 마시고 후반부를 보란다. 커피 한잔 얻어 마시고 이 친구도 후반부 못 본 장면이 있다고 보러 간다니 이룐 ...집에 가기도 틀려버렸다.


억지춘향으로 후반부를 마치고 막이 내려오는데 흐미.....배우들 세레모니 시간이 더 길다. 좀 우아하게 말하면 관객에 대한 사례이고 덜 우아하게 말하면 자화자찬인 거 같은 느낌이 콱....


배우들이 노래가사에 집중하느라 그런지 내용에 따른 애절함이 많이 부족한 거 같더라. 그래도 콰지모도역을 맡은 배우에게는 한 80점 주고 싶었다.


“저런 걸 누가 돈 주고 보냐?”-2세

“전국노래자랑이 우리 수준여!”-여자

“배 고프다”-남자


좋은 친구 덕분에 일주일간의 냉전이 이렇게 막을 내렸다. 어설프게....항상 밑도 끝도 없이 상처가 봉합된다....!


일요일 아침.

당직이라 옷 챙기고 있자니 영양제랑 사탕을 한주먹 가방에 넣어준다. 중국집 말고 한식을 시켜 먹으라는 당부와 함께~~~~프힛!


어제의 웬수가 동지로 귀환했다!

 

'친구야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골학교  (0) 2009.01.13
로또인생  (0) 2008.08.04
니가 바보냐? 내가 바보냐?  (0) 2007.08.21
많지도 않은 나이에....  (0) 2007.06.14
배신  (0) 2007.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