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친구야그

로또인생

★진달래★ 2008. 8. 4. 10:18
 

 

저녁 밥숟가락을 놓는데 한잔하자는 전화다. 배 부른 데 술이 드가겄어? 그렇게 타이밍이 제로인 니한테 누가 월급을 주는지 궁금타! 눈꼬리가 약간 쳐진 것이 어디서 벌써 한잔을 기울이고 왔나 보다.


만나서 나보다 더 행복하게 해줄 놈이 있으면 가라고 했더니 마누라가 친정엘 가버렸다 한다. 가라고 했으면 됐지 술은 뭐하러 처먹냐? 나무라니 그래도 다른 놈과 눈 맞아서 살면 찾아가서 범죄를 저지를 것 같다는 이놈은 바본지 등신인지 모르겠다.


친구 두놈이 파산을 했단다. 어저께 친한 고교동창생과 동업으로 개업한다고 연락이 왔길래 없는 돈에 나도 화분을 보냈었는데 그새 한달이 못가 째졌다고 한다.


친구는 기술을 제공하고 동창생은 자본을 댄 모양인데 자본이 기술자를 내쫓았다고 한다. 시작도 하기 전에 2차 3차 가자고 할 때 알아봤다. 잎새도 못 본 내 화분도 길거리에 나앉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동업은 여차하면 돈 잃고 친구 잃는다고 성질 팍 죽이고 정말 잘하라고 신신당부한 내 말이 씨가 됐나 보다. 안 들어맞아도 될 일은 이리 잘 들어맞으니 돗자리 깔면 맞아죽기 쉽겠다.


다른 친구는 마누라가 무슨 연속극처럼 파업을 선언했단다. 친구가 돈 벌어다 준지는 까맣고 보니 보험설계사로 가정을 꾸리던 마누라가 더 이상 힘들어 못하겠다고 돈을 벌어오든지 갈라서든지 하자고 최후통첩을 냈다 한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입에 게거품을 물던 그 양반은 어디서 뭘 하는지 경기가 더럽게 하락하고 보니 보험가입은 고사하고 해지하는 사태가 속출해서 업계의 불문율인 동료고객 불가침의 관습을 깨고 말았다고 한다. 회사에서 왕따가 됐을 것 같단다.


친구가 소주 두병을 거꾸로 뒤집는 동안 한잔 받아 버티다가 집에 들어오니 재벌집 가정사 연속극에 심취해 있던 마누라 왈, “술 안했겠지?” 하며 째려보는 것이었다.

 

지난 4월 직원검진 때에 고혈압 소지가 있다 해서 지금껏 금주해 오고 있는 참인 데 고혈압으로 쓰러지면 돈 못 벌어 올까봐서인지 마누라와 애들은 완전 음주감시자가 됐다. 잘하면 음주측정기 사올 판이다.


“친구 누구랑 누구랑 파산했대!” 하면서 술 먹은 이야기를 좀 하려고 했더니


“아..참.. 드라마 끝나고 이야기하믄 안 되까나?” 새우눈이 되는 것이다.


“드라마가 그리 재밌냐? 서방이야기 보다? 좌우지간 당신은 로또 당첨된 줄이나 알어라~~!”


한마디 해주고 샤워하고 자버렸더니 뜬금없이 아침 먹는 자리에서 “당신 어제 또 로또 산거야?” 한다.

 

자다가 봉창 뜯기도 유분수지....고마 내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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