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헛딛고 넘어지면서
이빨에 금이 갔다
겉으론 사소한 틈이었지만
뿌리 속 신경이 다쳤다며
단박에 이를 뽑아버린 의사에게
두 눈을 흘겼었더랬다, 오래오래
허나, 그 얼마나 다행이더냐
뽑아낼 수 있다는 건
그 텅 빈 자리에
머잖아 붉은 새 살이 차오른다는 뜻
적어도 더이상 아프지는 않다는 걸
정작 모진 건
뽑아지지 않는 것들이다
사람에게 헛짚고
믿음에 걸려 넘어질 때마다
생살에 싸악 그어지던
가슴 속 실금들
문신처럼 온 몸 구석구석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
저 홧홧한 것들
가렵다, 하필
이빨 뽑던 날 아침에
김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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