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를 집에서 죽치던 큰놈이 기숙사로 들어갔다.
집이 빈 것 같긴 하지만 속이 시원하다.
마누라도 말은 안하지만 살만해 보인다.
밤에는 안자고 아침에는 열 번을 깨워야 일어날 정도로 늦잠을 퍼질러 자지....그러다가 눈꼽째기 만큼 밥을 먹고서는 컴퓨터게임을 몇 시간씩....축구에는 또 얼마나 애착이 많은지....티비 속으로 겨들어간다.
먹고 싶은 것은 또 얼마나 많은지 2주 동안 와 있으면서 외식비에 허리가 휜다. 오리구이 돼지안창살 랍스타에 킹크랩까지....휴가 안가는 대신이라 하더만 휴가 가는 것보다 더 들었다.
어제 침대보에다가 여름이불이며 2주 간식에다 빨래감을 싣고 태워다줬더니 룸메이트엄마가 몰래 와서 청소했는지 화장실 냄새가 안난다고 금새 전화가 왔다.
소 같은 머슴아 둘이 기숙사 방을 쓰면서 변기 청소할 짬이 없어 볼일 보러 들어가면 환풍기를 꼭 켠다고 해서 걱정이 되던 참이었다. 엄마가 청소라도 좀 해주고 오려하니 2학년부터는 부모의 기숙사 출입이 금지되어서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룸메이트 엄마는 어째 들어가서 청소해 주고 갔는지 고맙고 미안하다.
아침에 늦둥이를 깨우니 그새 큰놈을 닮아 버릇이 됐는지 늦잠자기를 원하면서 형은 되고 자기는 왜 안 되느냐면서 시큰둥하다. 부모 애먹이는 짓은 형으로 족하니 니는 제발 닮지 말어라 했더니 볼이 나와서 식탁에 앉는다.
2주 동안 아침밥 한번 같이 못 먹고 기숙사 들어간 놈의 소망이 사범대 가서 교사가 되는 것이라는 데 아직 제 동생 데리고 차근차근 공부 한번 가르쳐주는 꼴을 못 봤다.
이게 되는 떡잎인지....안되는 떡잎인지 참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