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졸업
고등학교 졸업
오랜만에 가본 서울은 공기부터 틀리더군요. 새벽 4시에 일어나, 자는 아들 깨워서 우유 한잔씩 마시고 구포역으로 갔지요. 구포역에는 주차시설이 없어 첫 버스를 타야 예약해 둔 ktx를 타는데 새벽 버스라 그런지 너무 일찍 구포역에 도착해 버린 겁니다.
기차 시간이 1시간 40여분이 남아 매표구에 가서 더 빠른 기차로 바꿔달라고 했더니 매표소 여직원이 한마디로 좌석이 없다고 안 된다는 겁니다. 힘없는 백성이 안 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래도 그 시간이면 서울을 반 정도 가는 시간인데 싶어 여행안내소에 가서 다시한번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지요.
근데 웬걸 여행안내소 여직원은 얼마나 싹싹하던지? ktx 기차는 마지막 칸이 자유석인데 자리가 있으면 앉고 없으면 서서 가지만 지금 30석이 빈자리라고 얼른 매표소 가셔서 표를 바꾸시라는 겁니다.
같은 코레일 직원인데 어찌 그리 안내가 틀리는지? 냉큼 다시 그 매표소 여직원한테 갔더니 두말 않고 표를 바꿔주는 겁니다. 욕을 퍼질러주려다가 아침이라서...참았어요^^
대전역에 가까워지니 눈발이 슬슬, 서울은 눈천지더군요. 올해 서울 가서 눈구경 했네요. 시키는 대로 길 찾아가며 지하철 갈아타고 신촌에 도착해 보니 서울 바람에 귀때기가 얼마나 시린지? 골목골목을 헤매며 하숙집을 찾아보니 이게 완전 서울 김서방 찾기지 동네에 인간 하나 안보이고 물어볼 데나 있나? 3시간을 걸으니 울고 싶어지더만요!
공인중개소를 열군데 정도를 들렀는데 하는 말이 다 하숙집이 거의 없어졌다는 말이고 원룸 가격을 보니 혀가 만발이나 빠지게 비싸더군요. 학교 못 보내겠다라는 생각이 들더이다.
그 순간 골목길에 80대 할머니 한분이 눈길에 스치듯이 나타나셨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어르신 이 동네에 하숙집 없느냐고 물었더니? 할마시가 하숙집 이야기는 안 해 주고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촌에서 왔다고 김해라고! 했더니 아이구! 시골서...아들이 공부 잘했나 봐요? 무슨 과냐고 또 물어 사범대라고 했더니 아들이 고생 많이 했다고? ㅋㅋㅋ.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하시더니 이 동네 35년째 사는데 여긴 하숙집이 없고 큰길 건너 서교동성당 골목으로 가라고 하시는 겁니다. 서교동이 어느 천지에 붙었는지? 묻고 물어 그 동네를 갔지만 하숙집을 찾을 수가 있어야지? 춥고 배고프고....니기미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것이, 이 짜슥아! 전액 장학금 받을 수 있는 지방 학교는 안가고 이게 뭔 지랄이냐는 말이 속에서 부글부글....
그런데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여긴 아닌가 보다하고 돌아서는 찰라에 하숙이라는 작은 간판이 눈에 쏙 들어오는 겁니다. 전화를 걸었더니 방이 하나 있다는 소리! 살았구나! 만주벌판에서 독립운동하다가 해방 맞은 기분이더이다.
수더분하게 생긴 하숙집 아줌마하고 인사를 땡기고 하숙비를 흥정하는데 10원도 안 깍아주더라는 말씀. 월 60만원! 사람 살려~~~! 3만원만 깍아달라고 했더니 그 돈으로 더 맛있는 반찬 해준다나...흐흐흐.
1시에 아침겸 점심을 먹고 학교구경을 갔는데 우리 동네에 있는 대학이나 30년 전에 내가 다니던 학교와 비교해 보니 천양지차라...왜 아이들이 서울을 가려고 하고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하는지 이해가 쬐매 되더만요. 돈만 있으면 재수해서 서울대 보내고 싶어지더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하철 2호선-1호선 갈아타고 서울역에 오니 충청도 방문의 해라고 특산물을 팔고 있기에 오징어, 땅콩 하나씩 사고....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먹어보라고 해서 먹고 나니 미안하고...없는 놈이 체신은...ㅊㅊㅊ.
촌놈 서울 한번 갔다 오니 기차비만 20만원. 밥도 한 끼 굶었는데 30만원이 사라집니다. 예전에 머리만 좋으면 공부했다는데 요즘은 머리는 아무리 좋아도 쪈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비싼 것이 아니라고 씨부려대는 이상한 인간도 나타나고~~~~! 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