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기록야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 중에서

★진달래★ 2011. 12. 18. 20:27

 

 

사람의 몸이 창조되었을 때, 모든 부위가 서로 대장이 되려고 했다. 뇌가 말하길, 내가 모든 신경계를 관장하고 있으니 대장자리는 당연히 내 차지다. 발들이 말하길, 우리가 있기에 몸이 서 있을 수 있으니 우리가 대장이 되어야 한다.


눈들이 말하길, 바깥세상에 관한 주요 정보들을 가져다주는 것이 우리이므로 우리가 대장 노릇을 해야 한다. 입이 말하길, 다들 내 덕분에 먹고사는 것이니 나야말로 대장감이지.


심장과 귀와 허파도 그런 식으로 대장 자리를 욕심냈다. 마지막으로 똥구멍이 자기가 대장이 되겠다고 나섰다. 다른 신체 부위들은 코웃음을 쳤다. 한낱 똥구멍 주제에 우리를 다스리겠다고?


그러자 똥구멍이 성깔을 부렸다 잔뜩 오므린 채로 제구실을 안 하기로 한 것이다. 이내 뇌는 열에 들뜨고, 눈은 흐릿해지고, 발은 걷기가 힘들 만큼 약해지고, 손은 힘없이 축 늘어지고, 심장과 허파는 생존하기 위해 버둥거렸다.


결국 모두가 뇌에게 간청했다 대장 자리를 똥구멍에게 양보하라고. 그렇게  해서 똥구멍이 대장자리에 올랐다. 신체 부위들은 비로소 각자의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다.


반면에 우두머리 노릇을 자청한 똥구멍은 모든 우두머리가 그러하듯이 주로 똥내 나는 골칫거리들을 해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뇌 같은 존재라야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정작 우두머리 자리에 오르는 자는 한낱 똥구멍 같은 사람인 경우가 훨씬 많다.


다리우스 위즈니악의 스탠드업 코미디(똥구멍의 미래는 밝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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