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식탁메뉴는 ‘congratulation!'이었습니다.
두 달 전인가 문방구에 간 아들이 알록달록한 편지지를 사와서 밤늦게까지 끙끙대던 것을 저거엄마가 발견했는데 며칠 후 털어 놓는 사연을 들어보니 학원에서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어 성심성의를 다하여 러브레터를 썼다는 것입니다.
마누라가 모른 체 하고 있으라고 했기에 표정관리는 하고 있었지만 내심 그 러브 레터의 결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혹시나 애가 상처를 받는 거나 아닌지 걱정했는데 몇 주가 지나도록 아들한테서 아무 말이 없어 마누라도 사달이 났나 보다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지난 발렌타인데이 때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데 우연히 복도에서 만난 그 여학생이 사탕 한 알을 주더라면서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속으로는 그 여학생도 전혀 싫지는 않은 모양인가 보다 하고 있었지요.
그런 이후로 또 몇 주 동안이나 아무 진전이 없었는데 어제 밤에 거실에서 TV소리는 나는데 애가 안 보여서 뭘 하나 싶어서 찾아봤더니 빼꼼히 열린 제 방 틈새로 엎드려서 누군가와 통화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게 보였는데 여학생 목소리라 문을 두드렸더니 얼굴이 홍당무가 되면서 얼른 문을 닫으라고 손사래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놈의 통화가 적어도 한 30~40분은 됐지 싶습니다.
어쨌든 아침에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아들 얼굴에 화색이 호화찬란해서 온 식구가 (다해야 셋이지만) 축하를 보내느라 분위기가 화기충천했다는 것입니다. 일견 마누라는 연애한다고 공부를 등한시하는 게 아닌가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뭐든 끈기를 가지고 소원하다 보면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아들이 깨닫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들의 마음이 여학생한테 전해져 저렇게 날듯이 좋아하는 걸 보니 수 십년도 지난 옛날 옛적 생각이 쏠쏠나는 걸 숨길 수가 없습니다. 지금 어느 하늘 아래에서 뭘하며 살고 있는지.....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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