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이나 포도 좀 드실라우?
저녁에 퇴근해서 밥 먹고 영화를 보면서 땅콩을 야금야금 까먹고 있는데 설거지를 마친 마누라가 ‘지금 땅콩 까먹고 있을 때가 아니다. 큰일났다!’ 고 하는 겁니다. 무슨 일이기에 간만에 우리 집에 큰일이 다 났는가 싶었더니, 글쎄, 아! 아들놈이 저번 기말고사에 영어를 40점 받아왔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48점이랍니다.
기말고사 치고 와서는 ‘공부한다고 고생했는데 뭐 맛있는 거 안 해 주냐고?’ 큰소리까지 친 놈이라 시험을 잘 봤겠거니 했는데 낮에 그 결과를 듣고는 마누라가 까무라칠 뻔 했다고 합니다. 놀랄 일이더군요. 뭐 사실은 여자친구가 자주 바뀌는 걸 봐서는 별로 놀랄 일도 아니지 싶습니다. ㅋㅋㅋ.
수학은 시험을 잘 봐서 B반에서 A반으로 올라갔다고 하더니 영어를 비롯해 국어 사회 등등은 죽을 쑤었나 봅니다. 세상에 안 오르는 거는 봉급하고 아들 성적이라더니 참 마음대로 안 되네요. 어찌된 일인지 공부는 큰놈과 작은놈이 극과 극을 달립니다.
아침밥을 먹으면서도 어제의 그 충격과 연결이 되어 마누라는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고? 아들을 족치고 나는 기분 좋게 학교 보내라고 한마디 거들다가 지금 애 기분이 문제냐고? 덤으로 깨졌습니다. 의논 끝에 지금 다니는 학원은 쫑을 내고 영어를 더 잘 가르친다는 학원을 수소문해서 면접을 보러 가기로 했는데, 피같은 돈만 더 들어가게 생겼습니다.
말을 물가에 끌고는 갈 수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고 했다시피 지가 알아서 하지 않는 공부라면 어떤 도사가 와서 가르쳐도 될 턱이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근데 참 무심하게도 아들놈은 식탁에서 그리 엄마한테 닦달을 당해놓고도 숟가락을 놓자마자 소파에 떡하니 걸터앉아 사과를 질근질근 씹으면서 TV를 즐기고 있는 겁니다.
‘내가 백날 이야기하면 뭐하나?’ 저거 엄마는 열불이 더 나는 거지요. 오늘 스웨덴 신문이 ‘교육이 한국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고 크게 쓴 모양인데 이놈의 공부로 애들이 너무 혹사당하고 있어 참 큰일입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하지마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이 일을 참 어찌해야 좋단 말입니까?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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