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작업노트

타는 목마름으로....

★진달래★ 2012. 12. 4. 16:28

 

타는 목마름으로        

 

                                

                                                   

신 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내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시를 읽으며, 노래를 들으며 소주를 기울이던 아이는 이제 50대의 중년이 되었고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갈구하던 그 시인은 이제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늙으면 아이가 된다고 했는데 이 시인은 꼰대가 되가는 모양입니다. 오늘 신문 인터뷰기사를 보니 늘그막의 할아버지가 변해도 너무 변한 거 같습니다. 지금 그에게 권력이 필요해진 것일까요? 아니면 원래 그가 그랬던 것일까요?

 

지초와 난초는 사람이 없는 깊은 숲속에 자랄지라도 자기만의 향기를 내뿜는다는 모 교수의 논설이 참 찌릿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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