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신 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내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시를 읽으며, 노래를 들으며 소주를 기울이던 아이는 이제 50대의 중년이 되었고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갈구하던 그 시인은 이제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늙으면 아이가 된다고 했는데 이 시인은 꼰대가 되가는 모양입니다. 오늘 신문 인터뷰기사를 보니 늘그막의 할아버지가 변해도 너무 변한 거 같습니다. 지금 그에게 권력이 필요해진 것일까요? 아니면 원래 그가 그랬던 것일까요?
지초와 난초는 사람이 없는 깊은 숲속에 자랄지라도 자기만의 향기를 내뿜는다는 모 교수의 논설이 참 찌릿하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