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화 끈 다 묶고 나니
차 열쇠가 안방에 있다
만만한 마누라 얼핏 쳐다보니
머리 나쁜 놈이 알아서 하란다
묶은 끈 풀기 싫어
안방까지 기어갔다 오니
산을 오르기도 전에 삭신이 노곤하다
나이 먹을수록 마누라는 억세어져가고
새벽 거시기 분기탱천할 희망은 요원하다
소소한 일에 울컥 눈물이 쏟아지고
뭣도 아닌 일에 그냥 억울한 마음이 든다
우리 할머니 나이 들면 빨리 죽어야 한다고 했는데
내가 그쯤이 됐나 보다
어저께 여친을 갈아치웠다는 작은아들 문자를 봐도
소싯적 생각에 웃음이 픽 나기는커녕
소주 한 잔 생각이 솔솔하니
정말 늙어가나 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다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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