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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야그

선물? 뇌물?

★진달래★ 2015. 9. 7. 11:55

 

9일부터 대학수시원서를 쓴다고 해서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요청했더니 저녁 8시에 학교로 나오라고 하더군요. 작은놈이 장학금도 받은 터라 그냥가기에는 뭣해서 마누라가 준비를 한 모양인데 나도 아직 먹어보지 못한 과한(!) 과일바구니까지 준비를 했더군요. 선물인가? 뇌물인가?


야간자율학습하는 아이들도 하나씩 주려고 아이스크림도 두 박스를 사서 학교에 갔더니 학생과 상담 중이던 담임이 반갑게 맞아주면서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더군요. 10여분을 기다리다 우리 아들놈이 공부하는 거나 한번 보자 싶어서 교실을 찾아가 숨죽이며 창문너머로 찾아봤더니, 공부는 커녕 옆자리 아이와 신나게 떠들고 있더군요.


마누라가 그러면 그렇지 뭔 공부를 한다고! 하더군요. 평소 작은놈 성적에 만족을 못하니 뭘 해도 성에 차지는 않겠지만 학교까지 와서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 한마디 하려다가 그냥 참았습니다. 


담임선생님이 노트북으로 성적을 보여주면서 그 대학의 지원추세며 아들의 희망대학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데 수시원서는 6개 대학을 쓸 수 있더라고요. 아들이 원하는 서울쪽 대학은  두개가 턱걸이이고 지방대는 두 군데가 그저 그렇고 두 군데가 안정권인데 거기는 별로 안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마누라가 또 그러더군요. 자기 성적은 생각 안 하고....ㅠㅠ.


돌아오는 내내 마누라가 말도 없고 시무룩해서 우리 집안에 공부로 먹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성적성적 그러냐? 했더니,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집안에서 성적도 안 되면 뭘 믿고 사냐고 하는데 할 말이 없더군요.


큰놈은 서울생활이 외로운지 자꾸 자기랑 같이 있게 서울쪽으로 왔으면 좋겠다하는데 꿈이야 크지만 그게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저는 속으로 원룸 얻어줄 돈도 없는데 그냥 집 근처 지방대에나 가서 집에서 등하교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내색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놈의 안정권대학에 맘을 놓고 사는지 며칠째 열심히 게임하고 영화를 즐기고 있더니만 어제는 대학가서 쓸 가방까지 택배로 하나 샀더구만요.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는 수도권 대학 안 가는 자식이 효자라고 하는데 큰놈 서울에서 공부시켜 보니 그 말이 정말 가슴에 와닿습니다. 아! 대학...대학...안 보낼 수도 보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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