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달리고 있었지요. 10시에 출장 나와서 점심시간도 없이 일처리 하다가 잠시 들릴 곳이 있어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왕복 2차선에서 반대편 길을 달리는 파란색 트럭을 본 거 같은 순간 이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내 차 앞으로 달려드는 겁니다. 순간적으로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자 차체가 크게 요동치면서 높은 경계석을 우당탕 넘어섰고 브레이커를 밟고 보니 뒷바퀴는 경계석 위에 올라 서 있더군요.
얼마나 놀랐던지 박동수가 급격히 높아진 가슴을 쓸어내리며 차에서 내리니 상대편 운전사가 머리를 숙이며 다가오더군요. 왜 갑자기 중앙선을 넘었냐고? 죽을 뻔하지 않았냐고 야단을 치니 전화를 받다가 그랬다는데 본인도 진짜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그 기사랑 내 차를 둘러보는데 백미러가 부딪쳐서 접혀져 있고 오른쪽 차체 도색이 약간 벗겨졌더군요. 문짝을 바꾸기에도 뭣하고 그렇다고 원 상태도 아닌 찜찜한 상태인데 그 기사 얼굴을 살펴보니 홍당무더라고요. 그래서 은근슬쩍 “혹시 술 마셨어요? 경찰에 사고 신고할까요?” 하고 물어 보니 깜짝 놀라면서 이 정도 사고로 경찰서까지....라며 뒷말을 흐리면서 용접하고 오는 길이라 얼굴이 그렇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다친 사람이 없는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는 생각을 하면서 혹시나 싶어 면허증을 받아 사진을 한 장 찍고 명함을 달라고 해서 뒷면에 중앙선을 넘어왔다는 메모를 하고 사인을 해달라고 했는데, 아! 글씨를 보니 영 술에 꼻은 필체에다 삶이 녹록치 않은 사람 같아 보이더군요.
좌우지간 그렇게 차를 보내고 돌아와 곰곰이 생각하다가 도색이 희미하게 훼손되기는 했으나 그래도 손봐야 되지 않나 싶어 카센터에 들렀더니, 그냥 둬도 표 안 나네요! 하면서 스프레이 하나 사오면 표 안 나게 해보께요! 하기에 그 홍당무한테 전화했더니, 헐! 어디 아픈 데는 없냐는 말은 고사하고 완전, 쌩까면서 하는 말이 보험처리할 테니 사고 신고하라고 하는데, 헐...스프레이 하나 얼마 한다고?...ㅊㅊㅊㅊ, 고마 관둬 버렸습니다.
사고 당일 신고한다니까 그리 절절매면서 봐달라고 하더니 하루 만에 인간이 어찌 그리 돌변하는지.......휴......안 다친 것만 감사하며 오늘도 출장을 잘 다녀왔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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