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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야그

팥칼국수

★진달래★ 2016. 1. 8. 14:28

 

등산을 갔다 오는 길에 마누라가 칼국수집 이야기를 하는데 그 집 팥칼국수가 참 맛있더라고 점심 먹고 가자고 한다. 이름 꽤나 알려진 집이라 그런지 식당에 들어서고 보니 정초임에도 손님들이 와글와글했다.

 

마침 먹고 간 그릇을 치우지도 않은 자리가 있어서 앉았는데 마누라가 손 씻으러 가면서 말하기를, 여긴 돈부터 받는다고 한다. 근데 워낙 바빠서 그런지 돈 받으러 오지도 않는다.

 

식당 사장님이 보여서 팥칼국수 두 그릇을 주문하고 기다리자니 김이 풀풀 나는 팥칼국수 두 그릇을 가져다주는데 어찌나 뜨거운지 빈 그릇에 식혀서 먹는데도 입천장을 델 지경이다.

 

근데, 소문은 역시 소문뿐인지 그렇게 맛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가 없는 와중에 칼국수 면발에 하얀 실이 섞여 있는 것이다. 뭐 팥칼국수에 실이 들어가서 먹고 죽었다는 뉴스는 아직 없는지라 젓가락을 놓으면서 마누라랑 웃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싶은 생각이 솔솔 드는 것이다. 마누라는 티내지 말라고 그런다.

 

마침 써빙하는 아줌마가 왔기에 실을 보여주면서 “못 먹는 게 들었네요!” 했더니 이 아줌마 응대멘트가 참 가관이다.

 

“어! 이건 팥 들어오는 푸대에 있는 실이네. 손님 어떻게 해 드릴까요? 환불해 드려요? 다시 한 그릇 드릴까요?”

 

얼마나 음식에 이물질 들어가는 횟수가 잦으면 그런 준비된 멘트가 줄줄 나오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미안하다, 죄송하다, 그런 사과가 먼저 나오는 게 정상이지 싶은데 도리어 말한 내가 머쓱할 지경이다. 더 말해봐야 기분만 상할 뿐이라 계산하고 나오는데 굳이 호박죽을 한 그릇 더 포장해서 준다. 한 그릇 더 먹고 입 다물라는 말인 모양이다.

 

역시 비정상이 정상인 나라가 대한민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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