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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야그

작은아들 군에 가다.

★진달래★ 2017. 5. 22. 18:34

아이들을 훈련소에 버리고 돌아가는 가족들.....ㅎㅎㅎ



태어나서 걷는 게 느려 정형외과까지 방문하게 만들었던 작은 아들이 어제 입영을 했습니다. 왕복 7시간을 운전해 돌아와서는 완전 파김치가 되었는데 아들을 먼 훈련소에 두고 왔다는 그 상실감이 큰 원인임에 틀림없는 일이겠지요.

 

올 초에 군대를 가리라 마음먹고 휴학 후 집엘 왔는데 그게 참, 군대고시라고 하더니 2번이나 면접 후에 탈락을 하고나니 이거, 군대 못가는 거 아닌가 싶더군요. 입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런 후에 계속 여기 저기 지원정보를 얻으러 다니더니 마침내 180명 모집에 60여명 밖에 지원하지 않은 보직을 발견하고는 좋아하더니 거기에 덜컥 합격한 것이지요. 아마 그 보직은 말일까지 모집미달이었던 걸로...


바래다주지 못하는 여친 전화인지....헤어진 걸로 아는데...ㅎㅎ



입대날짜를 받아놓고는 이틀에 한 번꼴로 술을 퍼는데 나 퇴근하면 저 나가서는 다음날 새벽4시에나 귀가를 하니 얼굴 잊어버릴 지경이라 보다 못한 저거 엄마가 ‘요즘 군대는 별로 힘들지도 않다고 하더만 무슨 술을 그리 먹고 다니냐!’ 했다가 “엄마 군대 가봤어요?” 하는데, 음.......졌다!

 

그렇게 보름여를 살더니 막상 입대날이 다가오자 시무룩해져서는, 지금쯤은 통일이 돼서 나는 군대 안 갈 줄 알았어! 하더군요. 내말이 그말이다 이놈아!


3시간 15분을 달려 훈련소 앞에 도착하니 주변 식당과 펜션에서 나온 호객꾼들이 사람을 붙잡고 따라다니며 명함을 쥐어주고 난리를 치는데, 아, 거기도 그 유명하신 - 빨간 피켓을 들고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전도를 하는 ‘예수 믿으면 천당 간다’ - 는 분이 서 있었는데 뒤에서 걷던 아들이 뭐라고 구시렁거리기를, ‘예수 믿으면 군대 안 간다!’ 하면 신도수가 획기적으로 늘 텐데! 하더군요. 천당하고 군대 중에 어디가 더 확실한 믿음일까요?


가까운 식당엘 들어가 불고기를 시켰는데 막상 먹고 싶다던 아들은 입맛이 없다고 젓가락질도 안 하고 있고만, 아침을 안 먹은 마누라는 혼자 얼마나 열심히 잘 먹는지? 멀건히 쳐다보던 아들이, ‘어디든 김여사 입맛은 살아있어!’ 하고 나는 ‘당신이 입대하는 거야?’ 하며 모두 웃었네요.


 미처 못다한 말은 엽서로.....


입대 환영! 이라는 안내판 앞에서 두 시간을 기다려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군대가 좋아지긴 했는지 눈물을 흘리는 부모들은 보이지 아니하고 조부모가 동행을 한 가족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당일 입대병이 천명쯤 된다니 그 가족들하면 거의 3천 이상인지라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사람에 밀려 입구에서 아들 손을 한 번 잡아주고는 몸조심하라는 말도 목이 메어 잘 전하지 못하고 돌아서고 말았답니다. 큰아들 입대 때는 입영행사도 하고 해서 이별할 시간을 좀 주더니 육군은 운동장 공사중이라고 안내판 앞에서 바로 이별하기를 권하더군요.


아들은 머뭇거리며 주춤주춤 운동장으로 걸어가는데 사람 속에 섞이니 누가 누군지 아들의 뒷모습을 영 찾지 못하겠더군요.  군에 가거든 제발 좀 독해져서 오고 인내심을 길러오라고 저거 엄마가 신신당부를 하던데 그 소원을 좀 들어주려는지? 몸 건강하게 마치고 돌아와 주는 것만 해도 더 바랄 게 없건마는....

 

다하지 못한 말은 종교 시설 뒤에 가서 엽서를 써놓으면 3일 뒤에 아들이 받아볼 수 있다는 방송을 듣고 우리는 또 긴 줄의 끝을 맡아 그 북새통 속에서 간만에 손편지를 두 장 남겼으니 오늘쯤 읽어 보겠네요.



 나라를 위해 이 한목숨 바치라고 말하는 위인들은 거의 군대 안간 사람들이 많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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