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애들야그

장정 소포

★진달래★ 2017. 6. 1. 15:32

 

훈련소에 데려다 줄 때 울고 받고 나서 한 번 더 운다는 장정 소포가 왔네요. 금방 벨이 울려서 전화를 받았는데 통화가 안 되고 끊어지더니 고객님의 우편물을 경비실에 맡겨 놨다는 문자가 옵니다. 이거 지능적인 것 같지 않나요? 마누라 왈, 올라오기 싫어서 그런거 아니겠냐고?

 

차치하고 옷 박스를 뜯어보니 훈련소 수료식날 면회를 오라는 초청장과 더불어 훈련 안하고 편지만 썼는지 구구절절한 편지가

4통에다 잊어먹을까 싶어선지 박스 안쪽에다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매직으로 큼직하게 써놨는데, 입맛은 변하지 않았나 봅니다.

 



마누라는 내가 편지를 읽는 동안 멀건이 보고만 있다가 내가 편지읽기를 끝내자 도로 박스에다 차곡차곡 물건들을 담더니 안방으로 들어가서는 한참을 나오지를 않더라요.

 

편지를 자주 보내달라고 하는데 이건 뭐 편지 서너통을 보내고 나니 쓸 말이 없어서 그냥 아침마다 일기 쓰는 식으로 메일을 보내고 있네요. 큰놈한테 너 입대하던 때 생각해서 메일 좀 보내주라고 했더니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주말에 한 장 보낼께요! 그러는군요. 당장 저녁에 한 장 보내면 좋을텐데...하는 건 어른들 생각일 뿐이지요. 마누라가 쓴 편지를 슬쩍 읽어봤더니 애가 많이 울게 생겼더군요. 날도 더운데 애를 울려서 어쩌려는지?....

 



다행이 사무실에 바쁜 시간을 비켜난 수료식이라 또 왕복 7시간을 운전해 면회를 가야겠는데, 아들 둘이면 하나는 면제해 주는 그런 징병법 안 생길라나요? 새정부도 들어서고 했는디....!

 

논산훈련소 입소할 때 들어가는 ‘입영문’ 이라는 아치가 있는데 거기 지나갈 때 부모 중 누가 그러더군요. ‘이 기분은 딸 낳은 사람은 모른다!’ 자랑스러워서 하는 말은 아니지 싶었어요? 그럼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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