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애들야그

면회

★진달래★ 2017. 6. 29. 12:16

새벽 3시에 일어나 조심스레 샤워를 하고 스티로폼 박스에 음식물을 담았습니다. 요즘 불면증이 와서 근 2주째 잠을 설치고 있는데 아마, 중년의 갱년기 증상이 아닐까 싶네요? 잠든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깨우는 바람에 머리가 비몽사몽간이 되었습니다. 커피에 바나나 하나 먹고 운전대를 잡았는데 새벽이라 도로가 한산해서 운전하기는 편했습니다.



3시간 15분 만에 미리 예약해둔 펜션에 도착했는데 만원을 더 내면 12평에 시설이 겁나 좋은 방을 준다더니 역시나 온라인의 허점이랄까? 아이들 원룸만한 방이 도로에 붙어 있어서 차 소리가 100% 가감없이 소통되는 시끄러운 방이었습니다.



냉장고에 음식물을 넣어놓고 가지고 간 쌀로 밥을 해 아내와 상추쌈을 싸서 아침밥을 먹는데 음식을 시켜 먹는다는 생각에 김치를 안 가지고 가서 밥이 넘어가지를 않더군요. 피자, 치킨, 탕수육을 주문해둔 음식점에 배달확인을 하고 쉬다가 수료식이 거행되는 연무대를 찾아 나섰는데 처음 도착한 입구도 아니라고 하고 두 번째도 아니라 하며 3분을 더 가라고 해서 한참을 가야 되겠거니 하는데 30초도 못가 연무대가 나타나더군요. 부대가 그리 커졌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네요. 사실 제가 81년도에 거기서 훈련을 받았거든요.



9시에 입장해서 자리를 잡고 있자니 수료식까진 2시간이 남았는지라 심심하니 PX에 가서 물건이나 좀 사자고 해서 국군복지매장을 갔는데 이미 사람이 꽉 들어차서 움직이기가 힘들더라고요. 온라인으로 소문이 난 탓인지 물건이 동날 판이더군요. 우리도 사람들과 뒤섞이며 서로 필요한 물건들은 바구니에 담아왔는데 가격이 거의 시중의 1/3 수준이더군요. 특히 세제 같은 거는 1/10 가격인 거 같았는데 제가 요즘 먹고 있는 홍삼액은 60% 할인이 되더군요. 라면은 300원대. 게중에서 얼굴 주름살 펴진다는 크림은 인기 100점.



물건을 차에다 실어두고 연무대에서 기다리자니 두 장병이 나와 클라리넷과 피아노 독주를 각 3곡씩 했는데 끈이 짧아 무슨 곡인지도 모르면서 박수는 열심히 쳤네요! 좀 더 대중적인 곡으로 분위기를 띄워줬으면 기다리는 시간이 덜 지겨웠을 것 같았습니다(순전히 제 수준에서!).



좀 있자니 대형태극기 들어오고 군악대 들어오고 우뢰와 같은 함성으로 훈련병들이 열 지어 들어오자 사람들이 죄다 일어서서 자기새끼 찾느라 목을 빼는데 똑 같은 얼굴에 같은 복장에 찾을 수가 있나요? 근데 아들은 들어오면서 바로 엄마와 눈을 마주쳤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지요. 아이들이 사방으로 몸을 움직여 부모님께 거수경례를 올리는데 마누라는 벌써 눈물이 한강이 됐습니다.



면회 온 차량이 많아서 주차장을 빠져 나오는데 거의 한 시간이 걸린다는 수료식 후기를 봤기 때문에 무대 맨 앞쪽에 앉아 있다가 계급장을 달아주자마자 바로 애를 데리고 주차장을 빠져 나왔지요. 역시나 인산인해에다 차량이 어마무시하더군요.



 

가지고 간 속옷으로 편하게 옷을 갈아입은 아들은 그간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으면서 훈련소 이야기를 하는데 조교를 해보겠냐는 제안도 받았다고 하고 사격을 잘해 포상통화를 얻어 집에 전화를 세 번이나 했는데 통화가 안되더라는 이야기며(그날 통신사 회선 고장수리 중), 연대장 상을 받으려고 참 열심히 해서 다른 부문은 다 통과를 했는데 달리기를 꼴찌해서 탈락했다는(조상 중에 거북이가 있는지 우리집은 달리기가 안 돼!), 어쨌건 좀 더 씩씩해졌더라요.



근데 배달 온 음식을 먹어보니 이건 영, 피자는 질척하고 치킨은 양념은 양념대로, 튀김옷은 히멀건, 탕수육은 마트에 파는 걸 그냥 뎁힌 것 같아 마누라와 나는 넘어가지를 않는데 아들은 어찌나 맛있다고 잘 먹는지? 입영 6주 만에 군대가 아들 입맛을 완전 저렴하게 바꿔 놓았더군요.



그렇게 5시간 동안 아들은 먹고 싸고를 반복하다가, 시간이 왜 이렇게 잘 가? 하며 다시 부대로 돌아갔는데 아마 오늘 대전에 있는 종합군수학교로 갔을 겁니다. 거기서 2주 교육 후에 배치를 받는다 하더군요. 언제 다시 논산을 와보겠어? 하며 습기 높은 바람을 뚫고, 차를 몰고 오는데 논산은 그리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하는데 김해는 비 한방울 오지 않았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저녁 9시, 아들 주려고 재어갔던 소고기 구워서 늦은 저녁을 먹고, (요즘 군에서는 소고기, 돼지고기 많이 먹는다고 안 먹더군요). 이렇게 피곤하니 오늘은 잠이 잘 오겠지 했는데, 넨장, 누우니 또 눈이 말똥말똥.....마누라 코 고는 소리가 천둥치는 것 같습니다. 피곤했나 봅니다. 근데요! 요즘처럼 잘 자는 사람이 이렇게 부러운 적이 없습니다. 잠이 왜 안 올까요?










'애들야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역  (0) 2018.08.30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고행이다  (0) 2018.08.09
장정 소포  (0) 2017.06.01
작은아들 군에 가다.  (0) 2017.05.22
시험없는 세상에 살았으면............  (0) 2015.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