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애들야그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고행이다

★진달래★ 2018. 8. 9. 17:44


큰애와 여섯살 차이 늦둥이로 태어나 귀염만 받고 자라서 중, 고등 대학도 별 어려움 없이 원하는 대로 붙어 뭔가 장래에도 잘 풀리겠거니 했는데 뜬금없이 군에서 특전병으로 차출되었다 했다. 주위에서 자주 보던 군인들과 달리 군복도 멋있고 TMO인가 뭔가 기차를 타면 일순위로 자리도 턱 내줘서, 아! 특전사라는 게 폼 나는 거구나! 하다가 첫 낙하에서 낙하산 줄이 어깨에 걸려 부상했다.


수도병원, 대구국군병원에서 몇 달을 치료해서 복귀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단다. 군의관들도 의사가 맞을 텐데 민간병원에서 수술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논리라 사방팔방으로 정형외과 의사를 찾아 지난 화요일 수술, 온 가족이 폭염에 걱정에 옴팍 삶아졌다.

 


수술 들어가기 전에 받은 심전도검사 결과 부정맥 소견이 보인다고 의사가 밤중에 전화를 했다. 숙직중이라 퇴근하는 대로 일찍 원장을 찾아가겠다고 해놓고서는 밤새 걱정으로 지샜다. 부정맥 정상이 심한 환자는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수술을 하든 안하든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단다. 어렵게 휴가를 내 수술하러 나왔는데 일정이 틀어지면 수술도 수술이지만 걷지도 못하는 애 다리가 어찌될까 앞이 캄캄했다.


9시에 면담을 하자고 했던 의사는 12시 돼서야 보자고 한다. 사진을 내놓고 설명을 하는데 앞이 안 보인다. 심장내과 의사보다는 원장의 말이 좀 안도가 되긴 하다만 수술을 안 할 수는 없는 형편이라 내과, 마취과, 원무실에서 설명을 듣고 6번쯤 수술에 동의한다는 싸인을 했다. 만일의 사태에 의사들이 면피를 하겠다는 조치이겠지.



침대에 누운 아들이 지하1층의 수술실에 들어가는데 어찌나 긴장이 되는지 마누라는 장의자에 더러 누워 버린다. 수술실 안내판에 이름이 뜨고 수술준비중이라는 자막이 보이는데 1초가 하루 같다. 잠시 긴장을 늦추자고 TV를 보는데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수술준비에 20분, 수술 중, 수술종료까지 피가 말라붙는 시간이 지나고 마취가 깨기 동안 긴박감이 파도처럼 몰려온다. 만약에, 만약에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이건 필시 지옥이다.



꿈결처럼 집도의사가 보호자를 찾는다. 회복되었단다. 수술 동안 모니터를 지켜봤는데 박동도 별 이상이 없었단다. 그런 뭣 때문에 그리 겁을 줬더란 말인가? 눈을 꼭 감고 침대에 누워 있는 아들을 보니 살만하다. 덕분에 WPW증후군에 대해 열심히 공부를 했다. 심전도 검사가 오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보호자가 간병하지 않아도 되는 병실을 예약해서 8시에 병원을 나섰다. 오늘 이틀째 옆 침대 할아버지 환자가 포도를 줘서 먹고 있다는 카톡이 온다. 엔간히 심심한 모양이다. 부대에서 못한 폰게임을 원 없이 해보겠다더니 그것도 한 이틀 해보니 재미가 없는 모양이다.


아들 둘 키우면서 “도”를 닦는 기분이다. 부모 노릇하기 참 힘들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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