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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야그

묘사모시기

★진달래★ 2005. 4. 12. 14:14
 

잘 지내시고 계십니까?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토요일 날 창령 화왕산엘 갔더니 억새 몹시 우거지고 사람들 넘쳐납디다.

정상 표지석 곁에 이런 말이 써 있더군요.

“위험 절벽입니다”

그려서 함께 간 여직원에게 이건 성희롱 표현 아니냐고 물었더니....ㅎㅎㅎ 쥐어박더군요.

절벽은 별로 안 좋습니다.


일요일에는 묘사를 지내러 오랜만에 고향을 갔습니다.

묘사 지내는 날이 종답 도지세 받는 날이기도 하고 해서 이 날은 우리 집 장남이 거하게 묘사 참석한 형제들에게 쌀 두어가마씩 나눠주는 날이기도 하지요. 근데 어제는 참석한 사람들이 많아서 쌀을 한가마 밖에 얻어오지 못했습니다.


새벽에 늦둥이가 따라가겠다고 나서서 같이 갔더니 묘사 참석 종친 중 가장 연소자라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처음 데리고 갔던 게 젖 먹을 때였으니 7년만에 데리고 간거지요. 물론 어른들께 큰절하느라 아들이 고생을 좀 하기는 했지만 주머니 불룩하게 용돈 얻어 와서 제 형에게 2만원을 나눠 주더군요.


아울러 저는 이번 묘사 때에 비로소 종친 어른들께 대우를 좀 받았습니다.

생전 처음 이 나이에 8대조 묘소에 술 한잔 올리는 기회를 줍디다.

도포자락 휘날리는 80세 종친어르신부터 항렬순서대로 40여명이 도열해 있는 앞에서 처음 잔을 올리자니 아주 떨립디다.

조금만 절차가 틀리면 고함부터 치시는 깐깐한 영감님이 있기 때문인데 어제도 잠바입고 온 종친이 있어서 혼이 좀 나더군요. 그 참 출장 중에 오다보니 그렇다는데 그래도 용서를 안 하십디다.


모두들 음복자리에서 그 어르신 돌아가시면 절차가 좀 수훨할 거 같다고 한마디씩 거들었습니다. 으례 그렇듯이 자리 파할 때 쯤이면 서류를 한 장씩 나눠주는데 공통경비 명세서 내년 예산부담액 등인데 .....월급쟁이들 기죽는 시간이지요. 거창한 호텔이나 갈비집 운영하는 종친들도 올해에는 영 더 죽겠다는 이야기들 하시는데 경기가 정말 큰일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한테도 한 말씀 하시더군요.

공무원들 잘 좀 하라고....엊그제 우리시 차고지 허위 증명으로 떼돈 챙겨 먹고 도망간 뉴스를 보셨던가 봅디다. 입이 백개라도 할말이 없었지요. 그러시면서 파업같은 데는 끼이지 말라고 하시는데.....내일 모레 청산가실 양반이 걱정도 많으신 게 아직 몇 년은 더 짱짱하실 것 같아 보입디다.


집에 와서 쌀 한가마 창고에 들여놓으니 마누라 “갈수록 쌀도 줄어드네”....그러는 것이 우리 집 경제도 영 안 좋아진 모양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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