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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야그

봄 소풍

★진달래★ 2005. 4. 22. 11:10

아침식사시간,

큰애 : 우리 샘이 이번 월말고사에서 우리반 꼴찌하면 작살내 버린다고 했어요!

애비 : 너거 샘 참 훌륭한 분이시구나?

큰애 : 왜요? 작살내는데도요?

애비 : 그건 너희들한테 관심이 있기 때문이지. 선생님이 니들한테 관심이 없으면 꼴찌를 하든말든 그냥 가만히 두는거란다.

큰애 : 음.....


작은애 : 담주 소풍가요...맨날 가는데로

에  미 : ㅋㅋㅋ

애  비 : why do you ㅋㅋㅋ?

에  미 : 전에 그 xx 엄마 생각이 나서리...

애  비 : 무시기 생각?

에  미 : 쉿!


큰애가 초등 3학년 땐가 쪼매 똘똘한 관계로 에미가 감투를 쓰는 바람에 역시나 봄소풍이란 걸 따라 갔는데 (넨장 때마다 음식 엄청 준비하더구만!) 산에서 빙 둘러 앉아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난 뒤 선생님이 화장실 간다고 잠시 자리를 떠나는 것이여.


이 막간이 뭔가하면 학부모들이 선생님이 잊어버린 듯 두고 간 손지갑에다 그날 목욕비 저녁밥값 정도를 거출해서 넣어두는 그런 공인된 시간이라는 것이지. 근데 그 날 워낙 세심하고 친절한 어떤 새댁이 동행하였던 관계로 그 새댁 “어머! 선생님이 화장실 가면서 지갑을 두고 가셨네!” 하면서 부리나케 지갑을 들고 쫓아가 전해 준거지. 말릴 틈이 없더라네.


소풍 오후 시간이 참 길었다누만...입이 댓발로 튀어나온 사람 때문에.....누가 그 사건을 따로 해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공공연한 행사에 깨름찍하게 동참해 오던 마누라는 그날이 그리 즐겁더라는데........


이사 온 지금의 이 동네에서는 전혀 그런 행사가 없다네....교장 선생님이 아예 소풍에 동행을 못하게 할뿐더러 학교 출입을 자제해 달라고 한다하니 학부모들이 정말 살맛이 난다는 겨. 물론 잔칫집만큼이나 벌리던 음식 만들기도 언제까지가 될진 모르지만 끝났지. 작은 애 소풍간다니 이젠 마누라도 즐거워한다네.


“선생님 소풍가지 마요!”


 

우리 아이들에게 소풍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서종훈(prmk) 기자
해마다 봄이나 가을이 되면 학교마다 정기적인 행사로 소풍을 간다. 이름이나 형식만 바뀔 뿐이지 실상 그 내용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에 비하여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단지 그날은 학교 수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뿐, 그 외에 아이들에게 별 다른 흥미나 유익함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점은 상급 학교로 갈수록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필자가 근무하는 고등학교의 경우 실제로 이런 문제들이 전교학생회의 회의에서 불거지면서 그 심각성을 일깨워줬다.

소풍 날짜가 잡히고 아이들은 학생회를 열어 소풍 장소와 형식에 대해 논의했다. 고등학교 전교 학생회지만 이미 소풍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은 '수업을 하지 않는 날'로 규정되어 있었다. 아이들에게 소풍은 '수업을 하지 않는 날' 이외에 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다.

몇몇 학생들이 "어차피 가는 것, 가까운 데 갔다 와서 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차라리 소풍 가지 말고 집에서 하루 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등의 주장을 해 회의에 참석한 아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학생회장이 "하지만 학교의 기본적인 행사 중의 하나인 소풍을 가지 않을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문제제기를 하자 다들 입을 닫고 다시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장소는 초등학교 때부터 숱하게 갔던 장소로 정해졌고, 다들 관심 없는 듯한 표정으로 회의를 마쳤다. 필자는 교사로서 아이들의 소풍 장소나 형식에 대해 간섭할 수 없는 분위기라 별 말 없이 아이들의 결정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교사인 내가 생각해도 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특별한 소풍을 가려고 해도 준비단계에서 시간과 장소, 여비 등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게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면 결국엔 예전에 갔던 곳이나 그와 비슷한 곳에 가게 된다.

회의가 끝나고 다음날 학생회의에서 결정된 장소가 각반에 알려지자 대부분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우리 반 아이는 내게 대뜸 "선생님 소풍 가지 마요!"라는 것이었다.

"이놈아 소풍 가지 않음 뭐 할래, 집에서 게임이나 하고 잠이나 자려고 하제."
"차라리 집에서 쉬는 게 나아요. 여기저기 가 봐야 별반 재미도 없고, 새로운 것도 없어요. 몸만 피곤하고…."

나는 아이의 말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 특히 고등학생쯤 되면 소풍이게 그다지 재미있고 유쾌한 일로 여겨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소풍은 뒷전이고 소풍 이후에 자기들끼리 모여서 뭔가 또 다른 일을 꾸미는 데 힘을 쏟는 것 같다.

나도 학창시절에 갔던 소풍은 즐겁지도 유익하지도 않았다. 그건 교사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장소나 일정, 그리고 행사의 형식 등에서 차별성도 없거니와 교육적인 효과도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학생회에서 드러난 아이들의 생각이 물론 모든 학생들의 생각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손꼽아 기다려지고, 그리고 더없이 즐겁고 유쾌해야 할 소풍이 아이들에게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삭막하고 우울해진다.

과연 우리 아이들의 소풍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소풍과 관련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일회성 이벤트인 경우가 많다.

정말로 우리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즐거우며 유익한 소풍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소풍이 가지는 참뜻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2005/04/21 오후 1:00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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