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획팀과 상견례를 겸해 일잔을 나눈다는 것이 넘 의기투합하는 바람에 오전 내내 속에서 느끼한 기운과 함께 정체를 알고 나면 기분이 무지 찝찝할 것 같은 그 무엇이 자꾸만 식도를 통해 세상 구경을 하겠다는 바람에 무지 혼이 났었다.
수십 번도 더 후회하고 반성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려 인간된 자가 먹는 걸 두고 그걸 콘트롤하지 못해 고생을 이리 하는 걸 보면 아직 한참 멀은 게 아닌가 한다.
월급쟁이가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어야 하거늘 언제부터인가 이넘의 사회가 줄서기를 강요해대는데 전혀 도외시할 수 없는 처지다 보니 어느새 나도 투잡스 족이 되고 말았다.
무노동 무임금이야 항의할 바 아니라지만 퇴근 후 업무외 일은 중노동 무임금이니 에이 xx이다. 오전내 속이 다 뒤틀리는 바람에 점심도 깨작거리다가 죽어도 투잡이 어렵겠기에 바로 집으로 하산을 했다.
근디 푹 쉬려고 간 집에서는 일이 더 기다린다. 선생님들은 학부모도 애들로 보이는지 도무지 애들 혼자서 감당하지 못할 숙제를 너무 많이 내주신다.
초등놈은 종이컵으로 인형을 만드는 숙제를 가져왔는데 종이컵 두개만 덜렁 가져다주고는 열심히 팽이만 돌리고 있고 중학생놈은 홈페이지를 만든다는데 컴문서에다 사각테두리만 9개를 그려놓고서는 부탁합니데이 하고는 학원으로 내빼버린다.
아이구메 나는 투잡스가 아니고 쓰리잡스다. 안방에서 뒹굴뒹굴하는 마누라 더러 도대체 당신은 낮에 뭐하냐고 애들 숙제도 해결 못하냐고 잔소리를 퍼질러 보지만 딱 한마디 “전문가가 있는데 뭘!” 해버리니 씨도 안 멕힌다.
종이컵을 테이프로 붙이는데 애더러 잡고 있으랬더니 힘은 얼마나 좋은지 종이컵을 아주 뭉개 버린다. 풀로 색종이를 붙여 얼굴을 그리고 머리카락을 말아 넣고 연분홍 치마를 입혀설랑.....중학생홈페이지는 그럭저럭 컨셉만 잡아놓는데도 열두시라 콘티까지는 생각도 못했다.
그 때서야 학원에서 돌아온 놈 이게 아니고 저게 아니고 타이틀부터 아니라는 데는 참 애비노릇 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이놈의 사회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 되는 자들에게 줄서기 뿐만 아니라 만능엔터테이너가 되기를 강요한다. 옛날에 공납금만 쥐여 보내면 졸업때까지 당당했었던 우리 아버지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