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학습진도를 살펴보던 아내가 읽어보라면서 아들의 연습장을 가져다주었다. 학교친구인지 학원친구인지 좌우지간 딸애들이 아들놈의 연습장 뒷면에 너댓개의 메시지와 핸펀번호를 남겨두었는데 중삐리치고는 그 표현들이 적나라하다.
우리 때에는 상대를 아주 은근하고도 문학적인 명사로 그대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딥따 당신으로 시작하는 첫머리가 흐이그....인간을 아주 질리게 해버린다.
날마다 만나는 당신으로 시작하여 한번도 바라볼 틈을 안준다느니.....왜 전화번호를 알려줬는데도 메시지 한번 안 남겨 주느냐느니.....세상이 맛간 탓인지 어찌 가스나들이 그리 적극적일꼬? 우리 아버지 계셨을 적 “대가리에 쇠똥도 안 벗겨진 것들” 이 정말 웃기고 있다.
밤 12시 다되어 학원에서 돌아오는 놈더러 “너 핸펀 사주까?” 하고 물었더니 “그거 뭐하게요?” 하며 귀찮다는 시늉이다. 다른 집 애들은 벌써 사춘기라 딸애들과 싸돌아다니고 해서 걱정이 많은 모양인데 이놈은 영 아닌 것 같다.
어떤 때는 늦둥이 보다도 이성에 대한 호감이 없는 거 같아서 마누라는 저러다가 늦바람 들어 공부고 나발이고 하는거 아니냐고? 더 걱정을 한다.
아침 먹으면서 “너거반에 유진이라고 있냐? 이쁘냐? 집에 함 델꼬 와봐라!" 했더니 ”가스나 그거 사람 참 피곤하게 해요!“ 하며 펄쩍 뛰는데 도리어 늦둥이가 더 좋아함서 형아! 찌찌는 크냐~~~하면서 씰씰 쪼갠다.
언젠가 여학생 서넛이 서로 옆자리에 앉겠다고 해서 차례를 정하느라 신경이 쓰인다고 학원선생이 전화를 했다더니 걔도 그 중의 하나인 모양이다. “연습장에 메모 써 놨던데 봤냐? 아주 찐하던데 그래!” 하니 “또요?” 그런다.
만들 때 신경을 좀 썼더니 가스나들한테 인기가 꽤 있는 모양이다. 며느리는 일찍 볼 팔잔가 본데 아주 다행스러운 일로 생각한다.
애비처럼 수년간을 여자 때문에 찔찔 짜다가 남 좋은 일 시키는 그런 불상사가 없도록 아들을 잘 트레이닝시켜야 되겠다. 작은 놈은 골라가면서 딸애들을 델꼬 다니니 고르는데 별 문제 없을 것이고 큰놈도 나름대로 인기가 있어뵈니 우옜든지간에 매파비는 벌어논 셈이다.
흠!!!~~짜식들 지들은 모르겠지만 대디의 과거를 추억해 보면 너므 너므 좋을 때이다.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