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찬다.
그나마 공부라도 좀 하니 끙끙 참고 사주긴 했지만 요새 아이들의 머리 속에 뭐가 들어가서 전두엽 후두엽을 꼼지락거리게 하는지 궁금할 뿐이다.
큰놈이 어제 수학여행을 가는데 좀 멋진 옷 하나를 사달랬다는 거다.
내가 봐도 철철이 옷을 사주는 것 같은데 새삼스레 뭔 옷이 또 필요햇! 한마디 하려다가 마누라가 눈치를 줘서 참았는데 기어이 퇴근시간 맞춰 기다리고 있는 거다.
CGV 건물에 가서 패션 코너를 이리저리 돌더니 가게를 못 찾는지 핸펀으로 누구에게 전화를 해보는 거다. 마누라가 입을 가리고 웃으면서 아마 유진이 한테 전화하나봐! 한다. 요새 줄기차게 집으로 전화를 해대는 같은 학원여자애인 모양이다.
가게 밖으로 나가서 아이쿠! 찾아가는 가게가 캘빈클라인이다.
여자 손님 하나가 청바지를 입어보느라 바지를 반쯤 벗고 서 있고-엉덩이가 소 만했다-아들은 거기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바지 걸린 데로 가고-나는 반대편 거울을 통해 끝까지 다 구경했다-몸매가 괜찮았다.
아들놈이 히끄무레한 색깔의 낡은 청바지를 하나 들고 오는데-아이구머니-이게 185.000원이라는 거다-애가 정신이 있나 없나?-씨방 내가 입고 있는 이 바지가 마누라 새벽시장 좌판에서 만원주고 산 바진데-얼래래-마누라가 티는 필요없냐? 라고 하나 골르라고 부추긴다-정신이 나갔냐?-파랑색 여름 티를 하나 가져오는데-86.000원이랜다-모자하나 사고-브랜드라고 졸라 비싸다-늦둥이 옆에서 나는? 한다-모자 하나 더 산다.
저녁 먹으러 가잔다.진주 비빔밥 먹자는 마누라-애들은 칼국수 먹고 싶댄다-마누라 희망을 접고-상설시장 노상식당에 갔다-칼국수는 싸다-한그릇 2000원인데 너무 많아서 먹기 힘들다-아들은 꼽배기를 먹고도 좀 모자라는 눈치다-김밥을 더 시킨다-니 아빠 돈 많이 벌어야겠다-마누라 웃는다-공무원이 돈 많이 벌랴면 도둑질 하는 수 밖에 없는디......
35만여원이 긁혀졌다.
다음달에는 진짜 손가락 빨고 살아야 될 것 같다.
오늘 아침에 늦둥이 고성 공룡 전시회 보러간다고 새벽에 김밥 사러 나갔다 왔는데 누드김밥하고 계란김밥 안 사왔다고 낑낑거렸다-이룐! 세상에 김밥이면 그냥 김밥이지 뭔 누드에다 계란이냐고?
달랑 혼자 뭐 빠지게 뛰어서 먹고 살기 힘들다.
마누라는 뭐하나?
그느므 등산 맨날가면 돈이 나오나 쌀이 나오나?
오늘 또 베팅해야겠다.
맨맨한 로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