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가방이 무겁다고 엄살을 부리는 늦둥이를 학교까지 태워다 주면서 참 귀엽다는 생각을 한다. 마누라는 큰놈에게 엄청 표가 나는 애정을 보이고 나는 작은 놈에게 더 관심이 간다.
어제는 하교 길에 돌계단에서 넘어졌다면서 코를 깨왔다.
야! 니 코가 그 정도로 깨졌으면 계단은 박살났겠네! 했더니 아들이 아파 죽는다는데 아빠는 농담할 정신이 있느냐고 짜증을 부리면서도 괜찮다고 하긴 하는데 세수할 때 엄청 쓰라리는가 보다.
지난달에는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자꾸 늦어져 마누라가 촉각을 세우더니 드디어 놀러 온 친구를 통해 이놈이 군것질을 자주하고 5학년 형들에게 돈을 뺏기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누라가 기겁을 해서는 자초지종을 알아보라기에 제방에 앉혀놓고 심문에 들어갔더니 울며불며 콧물을 빼면서 다섯 번이나 엄마 지갑에서 동전을 가져갔다는 거다. 종아리를 몇 대 맞아야 죗값을 치르겠느냐니? 두 대만 맞으면 충분하겠다 한다.
아빠가 볼 때 두 대는 너무 적은 거 같다. 다섯 대는 맞아야 되겠다 했더니 용서해 달라고 싹싹 빈다. 종아리 다섯 대를 맞고 반성문을 썼다. 곁들여 제 엄마는 주 3.000원 주던 용돈을 전액 삭감해 버렸다.
지금 두 달째 용돈 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 어제는 문방구를 같이 가자고 끌더니 뭘 좀 사달라는 거다. 집에 사다 두고 먹는 과자는 별로고 꼭 문방구에 파는 그 알록달록한 불량식품 같은 그런 과자가 먹고 싶은 가 보다.
놀이터 한구석에서 엄마에게 절대 비밀로 하기로 하고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줬더니 아빠 최고! 라고 한다. 우리 자랄 때야 과자라는 게 있었나? 용돈이란 게 있었나? 놀이터의 한 20여분이 늦둥이의 인생에 얼마나 따뜻한 좋은 기억으로 남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즐거워졌다.
과거 우리 아버지는 왜 이런 애틋한 시간을 나에게 만들어주지 않았는지.....아버지하면 늘 호랑이가 생각나니 참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