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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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

구산동 마리아플로워 앞 둑길에 앵두나무가 한그루 있는데, 열흘 전에만 해도 푸릇푸릇한 열매가 주저리주저리 달려 있었다. 작년인가 이른 시기에 여자들이 나무 아래에서 분주히 움직이길래 뭘 하나 보았더니 그 앵두를 따던 것이었다. 아무리 주인이 없어도 그렇지 산책하는 시민의 볼거리인데 좀 심하다 싶었는데, 아이고 오늘 아침에 보니 딱 한 알 남기고 싸그리 훑어갔다. 간신히 잎 속에 숨어 한 알 남은 앵두 보기가 미안할 지경이다. 어디에 쓰려고 푸른 빛이 가시기도 전에 그렇게 따 갔을까? 너무하다. 경상도 말로 정말 숭악하다. 아무리 앵두주가 피부에 좋다지만 정말 심하다. 도심에서 앵두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구경하게 좀 놔두지 사람들 너무 영악하다. 욕심이 도를 넘는다!

화난야그 2024.05.16

인연

지난 4.4일 저녁 8시가 넘어 그 양반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름에다 ‘씨’ 자를 붙여서 조심스럽게 댁이 맞느냐고 묻기에 “아! 의장님 오랜만입니다!” 하고 대답하니 핸드폰에 저장해 뒀냐고 고맙다고 말하더군요. 오래전 얘기입니다만 시의회 의장을 세 번 할 동안 모셨던 양반인데 돈도 많고 자식들도 다 출세한 복 많은 어른입니다. 제가 퇴직한 지 4년째인데, 이 양반은 지역에서 워낙 비중이 있는 사람이라 나이가 팔순임에도 굵직한 행사마다 초청이 돼서 한 말씀을 해야 했기에 그때마다 인사말을 만들어 카톡으로 보내달라고 하곤 했었지요. 뭐 지나가는 말로 밥 한 끼 하자는 말도 곁들여서 말입니다. 근데 이번에는 진짜 밥 먹자고 전화를 한 것입니다. 민물장어집으로 나오라고 하더군요. 어제 친구들하고 술을 한잔했..

세상야그 2024.04.08

재계약

1월 30일 14:00시 박물관 보조운영자 면접이 있었다. 작년엔 서류 합격자가 4명이었는데 올해는 두 명이었다. 규정도 까다로워지고 자격증명 서류가 많아졌다. 면접 대기 중에 한사람이 포기한다고 했다. 교사 출신이라더니 경쟁율이 확 줄었다. 단독면접이라지만 역시나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외부면접관인 교수가 박물관, 미술관 진흥법에 대해 질문했다. 헉! 보조운영자에게 법 관련이라니...? 혹시나 싶어 외워두었던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12조에 대해 나름대로 답변을 했다. 면접관들끼리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속삭이는게 보였다. 공무원인 듯한 다른 두 면접관은 현장근무 중 애로와 관람객의 불만사항 대처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이론을 공부한 사람과 실무를 아는 사람의 질문에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작년에 겪..

일터야그 2024.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