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화난야그

뺑소니를 잡다.

★진달래★ 2005. 4. 12. 14:17
 

퇴근한다고 활천 고개 오르막길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고 대기 중인데 갤로퍼가 엇비스듬하게 뒤를 바짝 붙여 세우는 것이었슴다. 짜슥이 엔간이 바쁜 모양이군! 하는데 좌회전 신호 들어오고.... 직진하는 앞차들이 많아선지 진도가 안나갑니다.


그러자 이 갤로퍼 짜식이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을 시도하면서 내 차가 덜컹하고 찌익~~~ 삼베 갈라지는 소리가 났습니다.(허풍10%!) 갤로퍼가 10미터도 못가서 신호가 직진으로 바뀌었고 분명 내 차를 긁었음을 알 터인데도 불구하고 이넘이 그대로 오르막을 내닫는 것이었지요.


범퍼가 쪼매 긁혔는갑다 싶어서 그냥 갈까 하다가 이런 놈은 성질머리를 고쳐줘야 더 큰 사고를 막는거지 싶어서 바로 뒤쫓아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엄청 용감했으이.... 마누라 말마따나 15년을 운전해도 안 는다는 내 운전 실력인데 마침 신호차이로 차가 끊겼고 거기다 오르막 끝나는 위치에서 신호가 걸려 이넘의 짜슥이 오도카니 정지해 있는 겁니다. 똥줄이 얼매나 탔을꼬?


얼씨구나! 급한 마음에 선다는 게 또 약간 앞서서 내차가 정지를 해 빠꾸를 해야하나? 하는데 이넘이 자수하느라고 차를 당겨 옆으로 옵니다.


칼자루 단단이 챙겨 잡았습니다. 폼 좀 잡고 느긋하게 창문 내리면서 보소! 남의 차 긁어 놓고 그냥 가는 거요? 하면서 위를 쳐다보니 에그머니나... 갤로퍼 차체가 넘 높아서리 운전하는 넘 낯짝이 보여야 말이지요. 아! 소형차의 비애가 밀물처럼 밀려오더만요. 그런데 저 위에서 왠 새된 가스나 목소리로 “사장님 한번만 봐주세요...그서는 정차를 할 수 없어서 그만....잉잉!” 하는 겁니다.


일단 차를 옆으로 빼셔! 해서 골목길에 나란히 차를 세우고 차를 살펴봤습니다. 그러고 있는데도 이 갤로퍼 여자는 퍼뜩 내려서 잘못했다고 빌지를 안하고 뭔 지랄인지 차안에서 뭘 뒤지고 있는 겁니다.


내차 범퍼가 세줄로 20센티 정도 시커멓게 멍이 들었습디다. 아지맨지 아가씬지를 보고 이보소! 뺑소니쳤으니 내 경찰서 신고할라요! 함서 핸폰을 꺼내니 아이구 사장님! 한번만! 하면서 팔을 붙잡고 쓰러질려고 합니다. 잘하면 길바닥에 들어누울 지경입디다.


사장 좋아하네! 이런 10년된 프라이드 타고 댕기는 사장 봤남? 싶은 것이 우습더구만요. 근데 내 차가 10년이 다되가지만 아직 5만키로도 못 탔고 한 잎에 두말하는 인간들과 달리 안과 겉이 아주 깨끗합니다. 가스나 지가 봐도 남의 깨끗한 차 엄청 조져놨구나 싶어서 많이 놀랬을 겁니다.


사장 : 차를 긁었으면 최소한 미안하단 소리는 하고 가는 게 도리 아니여? 목소리 좀 깔아서 뭐라 캤습니다.


뺑녀 : 죄송합니다. 제가 음악을 넘 크게 틀어서.....


사장 : 내 차가 그리 흔들렸는데 아무리 음악이 크도 그렇지 당신 좌회전 할라고 하다가 직진한 게 도망이 아니고 뭐요?


뺑녀 : 사장님 한번만....


눈물도 안 흘리고 막 웁니다. 여자가 무작정 우니까 나도 눈물이 나올라 합디다. 이런 칠칠맞지 못한 넘! 근데 자세히 보니 약간 덜 이쁘게 생겼습디다.


여자가 범퍼를 싹 문질러 보더니 정비소 아시는데 있느냐고 합니다. 페인트만 조금 뿌리면 될 거 같은데 정비소까지나.....싶어서 가만히 있자니 이 여자가 아저씨 그럼 얼마를 요구하는데요? 하는데 눈꼬리가 약간 처들립니다. 돈 이야기 함서 사장님이 아저씨가 되는데 0.3초 정도 걸립디다.


그려서

아저씨 : 아가씨 돈 많소?

물으니

뺑녀 : 현금 가진 게 만오천원 뿐인데요~~


하면서 지갑을 보여주고 명함도 떨어졌다고 합니다. 차안에서 꾸물거릴 때 명함 찾느라 그랬나 봅니다.돈도 없는기 차는 디게 큰거 타고 다니네.....속으로 콱 한번 씹어주었습니다.


내 차 트렁크를 열고 초보 때 칠하느라 사둔 흰색스프레이가 있나 살펴보니 그것도 앵꼬입니다. 오늘은 이 가스나 모양으로 모든 게 다 떨어지는 날이구만.....싶어서 보소! 정비소 안가도 되니 조 앞 가게 가서 흰색스프레이나 한통 사갖고 오소! 했습니다.


가스나 열나 뛰어갑니다. 4000원 줬다 하면서 스프레이를 내미는데 손끝이 약간 스칩니다. 맘이 놓이는지 샐쭉하게 쪼개는데 얼굴에 핏기가 돌아와 있습니다. 니는 오늘 좋은 넘 만난 걸 기뻐해라......이뿌지도 안한게....속으로 두번째 짓뭉갰습니다.


잘 가소! 하고설랑 차에 타는데 이 가스나가 속고만 살았는지 정말 이정도로 봐주시는 거냐?고 이래도 되시는거냐?고 물으면서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고 차에다 정확히 4번 절을 합니다. 생각보다 싸가지는 있더만요.


퇴근시간이라 활천고개 뉴턴해 오는데 20분이나 더 걸렸습니다. 수년전에 주차하다 어떤 아지매차 범퍼에 공짜로 내 차 페인트 좀 묻혔다가 범퍼 갈아달라는 통에 10겁 묵은 생각이 났습니다.


“복수래 복수거”

복을 주면 복이 돌아올 것으로 믿으면서 삽니다. 마누라가 밥 묵으면서 “성질은 쪼잔해도 마음은 좋다”고 합니다. 쪼달리는데 한 20만원 물릴걸 그랬나 봅니다. 차번호도 안적어 놨는데 이런 된장! 아침에 차에서 소음이 약간 나는 거 같습니다.


멍청한 놈!


2005.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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